[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해 제조업 생산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곧 양질의 일자리가 그만큼 감소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제조업은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종으로 꼽힌다. 제조업 생산의 역대급 감소는 반도체 경기의 부진에 주로 기인했다.

3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작년 전(全)산업생산지수는 1년 전보다 0.7% 증가한 110.9(2020년=100)를 나타냈다. 전산업생산지수의 상승은 두 달째 이어졌다. 미미하나마 산업생산이 조금씩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가 회복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예감하게 해준다.

생산을 늘리는데 기여한 것은 서비스업이었다. 서비스업 생산은 작년에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을 포함하는 광공업 부문에서의 생산은 3.8%나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이 이처럼 저조했던 주된 원인은 제조업 경기의 부진이었다. 작년 제조업 생산은 3.9%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웨이퍼. [사진 = 연합뉴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웨이퍼. [사진 = 연합뉴스]

제조업 생산 부진은 반도체 경기 부진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지난해 반도체 생산은 5.3% 감소했다. 반도체의 마이너스 생산은 2001년(-15.3%)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제조업은 비교적 높은 임금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확실한 부문이다. 그런 만큼 이 부문 경기가 부진해지면 고용과 소비에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제조업 생산이 점차 긍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간으론 3.9% 감소를 나타냈지만 분기별·월별 집계를 보면 하반기로 가면서 뚜렷이 흐름이 개선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제조업 생산은 3분기에 -2.1%(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으나 4분기엔 4.4%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준 월별 제조업 생산도 10월 0.8%, 11월 5.6%, 12월 6.7% 증가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도 “연초에 부진했던 제조업 생산이 하반기로 가면서 뚜렷이 회복되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제조업 생산의 이런 추이는 주요 변수인 반도체 경기의 호전 양상을 따라 앞으로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 발표 당일 삼성전자는 작년에 연결기준 6조567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전년 대비 증감률은 -84.86%였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0조원 아래를 기록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작년 4분기 실적을 놓고 보면 반도체 사업 담당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1조6900억원, 영업손실 2조1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 한햇동안 삼성전자가 반도체에서만 기록한 적자는 15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4분기 반도체 적자가 시장상황 개선 움직임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D램 사업에서는 지난해 4분기에 1조원가량의 흑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1분기엔 상황이 더욱 개선돼 낸드까지를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 전체가 흑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소매판매는 비내구재(-1.8%)와 준내구재(-2.6%) 등의 부진 탓에 전년보다 1.4% 줄어들었다. 감소세는 2022년 -0.3%에 이어 2년째 지속됐다. 월별 집계 상 작년 12월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2.2%(전월 대비로는 -0.8%)를 기록했다. 아직은 소비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가 작년, 재작년에 좋지 않았다”라며 그 원인으로 금리와 환율 등을 지목했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도 아직 금리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비 회복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내수 전반도 부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설비투자마저 기계류(-7.2%)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0.4%) 등의 부진 속에 5.5% 감소한 것이 원인이었다.

건설기성(이미 실행된 건설투자)은 건축·토목 등 공사실적이 늘면서 7.7% 증가했다. 그러나 건설경기의 향후 동향을 예상하게 해주는 건설수주는 부동산경기 침체 탓에 19.1% 감소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는 2017년(-1.7%) 이후 6년 만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