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성훈 기자] 정부가 야심차게 기획한 청년희망적금(희망적금)의 만기가 다음 달에 찾아온다. 정부와 은행권에서는 청년도약계좌(도약계좌)로의 환승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혜택을 계획 중이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3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만기 도래하는 희망적금 가입자들의 도약계좌로의 환승 유도를 위해 일시 납입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5년이라는 장기간의 부담을 덜기 위해 3년만 납입해도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 도약계좌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은행권에서도 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3년만 유지하고 해지하는 경우에도 이율을 3년 만기 적금금리 수준으로 올려주기로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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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첫 번째는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큰 금액을 묶어놓아야 한다는 것. 두 번째는 50만원씩 넣는 희망적금도 힘들었는데 70만원은 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이외에 그 돈을 같은 기간 동안 주식 등에 투자하면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하이리스크 로우 리턴’이라는 반응도 있다.

[사진 = 서민금융진흥원 홈피 캡처]
[사진 = 서민금융진흥원 홈피 캡처]

희망적금은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절망’적금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00만원 남짓한 월급에서 월 50만원씩 2년 동안 저축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초 가입자가 약 290만명에 달했던 희망적금의 중도 해지자는 86만명이 넘는다. 최초 가입자의 약 30%에 해당하는 수로 그 수치만 봐도 왜 절망적금이라는 별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다.

20대 직장인 A씨는 “친구들이랑 ‘절망’적금이라고 불렀다. 50만원씩 넣는 것도 힘들었는데 청년도약계좌는 70만원씩 5년을 어떻게 넣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런 인식 탓인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당초 300만좌를 목표했던 도약계좌의 개설 건수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47.8만건에 그쳤다.

그러나 사실 도약계좌가 반드시 월 70만원씩 5년을 넣어야 하는 상품은 아니다. 오히려 희망적금보다 적은 40만원씩 3년만 넣고도 받을 수 있는 비과세 혜택과 금리를 생각하면 시중의 상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청년들은 500만원만 모아도 그걸 보증금이나 생활비로 쓸 수 있는데 60개월이 가입을 유도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며 “다만 40만원도 넣을 수 있고 3년만 유지해도 적용 금리나 비과세 혜택을 제공해주니, 기간을 3년으로 보고 가입해도 메리트 없는 상품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도약계좌는 상시 운영 상품이라 초기 명목 숫자가 적어도 누적 가입자 수로 봐야 한다”며 “희망적금 만기 이후 연계가입이 가능하니 이후 가입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고 밝혔다. 이어 “도약계좌는 예금과 적금이 혼합된 상품으로 시중의 상품에 비해 금리가 낮지 않아 효율적이다”고 전했다.

이들 관계기관 전문가들의 말이 맞다면 문제는 홍보 부족에 있는 듯 보인다. 추가 혜택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그 못지않게 도약계좌가 지닌 장점을 정확히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는 뜻이다. 정작 필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청년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정부와 당사자들 간 인식의 괴리를 해소하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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