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해 경상수지도 상저하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분기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상반기에 1% 미만을 기록하다가 3분기와 4분기에 그 폭을 1.4%, 2.2%(한국은행 속보치)로 높여간 것과 비슷한 흐름이 월별 경상수지에서도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74억1000만 달러(약 9조819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월별 집계 상 경상수지 흑자 흐름은 8개월째 지속됐다. 지난해 1~4월 부진의 늪에 빠졌던 경상수지는 5월부터 확연히 흑자로 돌아선 뒤 대체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수개월 흑자행진을 거듭한 결과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354억9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흑자폭은 전년에 비해 37.4%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이런 흐름이 올해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수출 주력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 단계에 진입했고, 가스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그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반도체 경기 회복 속에 수출이 늘고 원자재가격 안정세 흐름에 수입액은 줄어든 것이 경상수지 흑자 유지의 직접적 원인이 되어주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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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한은의 전망치(300억 달러)를 넉넉히 넘어선 수준이다. 한은 기대대로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에도 기존 전망치(490억 달러)를 넘어서는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11월 잠시 주춤했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38억9000만 달러)를 12월 들어 크게 개선시킨 주역은 반도체였다. 지난해 말부터 회복 기미를 보인 반도체 수출은 작년 12월에만 111억9000만 달러(이하 품목별 수출입액은 통관기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9.1%에 달했다. 12월 전체 상품 수출액은 590억 달러였다.

승용차도 전년보다 19.2% 증가한 62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해 상품수지(12월 80억4000만 달러 흑자) 및 경상수지를 개선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역별로 살펴볼 때는 대(對)중국 수출 감소폭이 1년 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점이 상품수지 개선을 도왔다. 중국으로의 작년 1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108억6000만 달러였다. 대중국 수출 증감률은 22년 12월엔 마이너스 27%를 기록했었다.

관세청 집계를 기준으로 할 때 작년 12월 지역별 수출액 순위는 동남아시아(149억5000만 달러), 미국(112억9000만 달러), 중국(108억6000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1년 전 동남아(129억6000만 달러), 중국(112억 달러), 미국(93억5000만 달러) 등의 순위에서 2, 3위 간 자리바꿈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중 수출이 늘어난데 반해 수입은 전달보다 9.3% 줄어 509억70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에너지 가격이 국제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덕분에 수입액이 두드러지게 줄어들었다. 작년 12월 에너지 수입액 하락률은 14.0%에 이르렀다. 1년 전 319억4000만 달러였던 것이 274억8000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원자재 중에서도 가스(62억1000만 달러 → 43억1000만 달러)의 수입 감소폭이 30.6%로 두드러지게 컸다. 원유 수입액은 1년 전보다 4.7% 감소한 79억 달러였다.

상품수지 흑자를 서비스수지가 까먹는 현상은 작년 12월에도 그대로 재연됐다. 12월 서비스수지는 25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서비스수지 악화의 주범은 이번에도 여행수지였다. 12월 여행수지는 13억40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인 관광객 방한 감소 등이 적자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이밖에 본원소득 수지가 24억6000만 달러 흑자를 보인 반면 이전소득수지는 5억5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경상수지는 국가 간 경상거래의 실적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상품수지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냈다는 것은 한 나라가 외국과의 거래에서 이로운 결과를 냈음을 의미한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면 국내에서 고용과 소비가 늘어나고 외환 보유고가 더욱 튼실해져 국가 신용도가 올라가는 등의 긍정적 효과들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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