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정부가 이동통신사들 간의 지원금 경쟁을 자극하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원금 지급을 제한 및 조절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약칭 단통법)을 폐지키로 한 바 있다. 하지만, 법 폐지 이전에 좀 더 빨리 업체 간 자율적 지원금 경쟁이 이뤄지도록 할 목적으로 관련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기로 했다. 법률의 제정이나 폐지가 국회의 고유 권한인 만큼 단통법 폐지가 언제 실현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시행령 개정 방침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단통법 시행령 3조(지원금의 부당한 차별적 지급 유형 및 기준)에 대한 예외기준 신설안을 채택함으로써 이뤄졌다. 신설 조문은 ‘이동통신 사업자의 기대수익 및 이용자의 전환비용 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가입 유형에 따른 지급기준에 따라 이동통신사업자가 지원금을 지급하는 경우’라는 내용이다. 즉, 번호이동 등 가입 유형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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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방통위는 향후 입법예고와 관계부처 간 협의, 규제 심사, 방통위 의결, 법제처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국무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게 된다. 시행령은 각의 결정만으로 손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곧바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이날 “단통법 폐지는 국회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그 이전에라도 사업자들 간의 마케팅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단통법 시행령 일부를 개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자율적 보조금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 비용이 절감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단통법 폐지 문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게다가 정부의 행보 가속화가 총선을 의식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야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단통법 폐지에 호응해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22일 정부가 발표한 대로 단통법이 폐지되면 유통점들은 추가지원금 및 요금제별 지원금에 대한 규제 및 지원금 공시 의무 등에서 자유로워진다. 이에 따라 소비자 각각에 대해 차별적으로 지원금을 주는 것이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규제의 틀을 부숨으로써 소비자들이 더 싸게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 셈이다.

이 같은 방침은 단통법이 당초의 입법 취지와 달리 소비자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지원금 지급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 조항들로 인해 소비자들이 단말기를 더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이 비판론의 골자였다.

단통법은 2014년 일부 사용자들에게만 과도하게 보조금이 지급되는 현실 속에서 모두가 차별 없이 고르게 보조금을 받고, 이통사 간 소모적 경쟁도 해소해준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졌다. 서비스와 요금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한다는 것도 입법 취지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막상 단통법이 시행되자 이통사 간 보조금 지급 경쟁이 약화됐고, 그 바람에 결국 소비자들의 이익이 줄어드는 등의 왜곡된 결과가 나타났다. 이에 단통법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사회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윤석열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발표는 그 같은 여론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었다.

정부의 단통법 폐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논란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보고서를 통해 단통법 폐지가 초래할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최근 발간된 이 보고서는 단통법이 폐지되면 그 이전에 있었던 각종 문제점들이 되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지원금 불균형과 고가 요금제 횡행, 높은 탐색 비용 등이 재발된다는 것이 주된 지적 내용이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원금 불균형 문제다. 고령자 등 정보 수집에 핸디캡을 지닌 계층이 수혜 대상에서 자연스레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라는 의미다. 나아가 알뜰폰 사업자와 소규모 유통점의 존립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따라서 예상되는 이 같은 문제들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각종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단통법은 시행령 개정을 거쳐 폐지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관철되면 이용자들의 번호 이동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통사 중 보조금을 많이 주는 곳을 찾아 번호를 바꾸는 소비자들이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관련 업체들은 정부의 노림수 또한 번호 이동 활성화에 있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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