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기업 밸류업이 우리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윤석열 정부가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이 전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결과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증시에서 한국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시총)이 객관적 기업 가치에 비해 낮게 평가돼 있음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기업가치를 계량화한 것이 주가순자산비율(PBR)이다. PBR은 한 기업의 시총을 기업의 실제 가치로 나눈 수치다. A라는 기업의 모든 자산을 합쳐 산출한 가치가 100억원인데 시총이 2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면 이 기업의 PBR은 2를 나타내게 된다.

잘 나가는 기업의 PBR은 기본적으로 1을 가볍게 넘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코스피 상장사 중 상당수는 1에도 못 미치는 PBR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집계한 해당 비율은 70%를 넘보고 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열에 일곱 정도의 주식이 해당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돼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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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기획한 것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는 등 기업 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요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업들이 스스로 마련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연 1회씩 공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발표된 당일 국내 증시에서의 주가는 하락 흐름을 나타냈을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 공시가 의무 아닌 권고 사안인데다 이행에 따르는 당근책도 특별한 게 없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그럼에도 정부는 연일 기업 밸류업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며 세부 방안을 보강해나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 흐름으로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일이다.

28일엔 금융감독원장이 전면에 나서서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겠다고 공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연구기관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 유발 요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을 지목했다. 그는 우리의 최근 10년간 주주환원율이 미국 등 선진국보다 낮은 29%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면서 금감원이 ‘주주 보호’와 ‘기업가치 제고’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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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기업 가치 제고 방안으로 주주환원 증대와 함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거론했다.

주주환원의 필요성은 지난 26일 한국거래소에서 자본시장연구원 주재로 열린 ‘한국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에서도 강조됐었다. 당시 세미나에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한국 증시 저평가 원인으로 기업의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미미한 주주환원, 기업지배구조 개선 미흡 등을 언급했다.

금감원장이나 이효섭 실장의 진단대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주주환원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가시적 대책이 반드시 실행돼야 한다. 우선 배당을 늘리면 주가가 조금 떨어져도 그 기업의 주식을 사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그 여파로 주가가 오르게 된다. 여기에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이 가시적으로 더해진다면 그 회사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하려는 이들이 증가한다. 이는 다시 해당 기업의 활력을 키워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기업 가치 제고를 제대로 이행하려면 보다 종합적인 관점에서 지금의 문제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단지 위에서 언급한 개선 노력만으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온전히 해소하기 어려울 것이란 뜻이다.

기업 가치 제고 방안으로는 여러 제언이 있을 수 있겠지만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세제, 그 중에서도 상속세제 개편의 필요성이다. 외국인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일까를 역지사지해보면 그 필요성은 쉽게 실감될 수 있다.

입장을 또 한 번 바꿔 우리가 기업의 오너라 치자. 특히 조만간 기업 승계를 해주어야 하는 입장이라면 주가 오르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가 주가 상승으로 더 늘어나게 되면 가업 승계를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 오너 경영인들이 흔히 취해온 방법이 있다. 소위 부당한 내부거래에 의한 일감 몰아주기다. 이는 우리 모두가 알고, 외국인들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일어나는 건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지녔다면 보다 큰 틀에서 문제를 종합적으로 진단하려는 자세부터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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