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내수 부진 속에 수출이 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현실이 고용동향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수출의 영향을 비교적 크게 받는 제조업에서 취업자가 연이어 증가한 반면 민간소비 흐름에 민감한 숙박·음식점업에서는 취업자 수가 두 달째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통해 드러났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15세 이상)는 전년 동기 대비 32만9000명 증가한 2804만3000명이었다. 취업자 증가폭은 전달의 38만명에 이어 두 달째 30만명대를 유지했다.

산업별 현황으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가 3만8000명 늘어난 것이 눈길을 끈다.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가세는 석 달째 이어졌다.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이 이 부문 취업자 수 증가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작년 11월까지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다가 12월 들어 증가세(1만명)로 돌아섰고 이후에도 2만명, 3만8000명 증가하는 흐름을 보여주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은 보통 수출이나 경기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제조업 취업자 증가세가 수출 호조의 영향임을 시사한 발언이다.

이와 달리 내수, 그중에서도 민간소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숙박·음식점업 분야에서의 지난달 신규 취업자 증가폭은 -2000명을 기록했다. 이 부분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달에도 마이너스(-8000명)를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약화로 2022년 5월부터 작년 12월까지 20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던 것과 달라진 모습니다. 통계청은 지난달 이 부문 취업자 집계에서 음식점업에서의 변화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호조와 내수 부진 현상은 한국은행 통계자료로도 입증되고 있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전산업의 2월 업황BSI는 68을 기록했다. 같은 달 제조업 업황BSI는 전달보다 1포인트 내려간 70을 기록했는데, 이는 내수 기업이 전달보다 3포인트 하락한데 주로 기인했다. 수출기업의 2월 업황BSI는 전달보다 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각각의 2월 업황BSI는 68과 73이었다.

BSI는 0~200 범위의 값으로 표현되는데, 업황 조사 때 긍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더 많을 경우 100 이상을 나타내게 된다.

다음달 10일 총선이 실시되는데다 정부의 일자리 사업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 덕분에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분야에서는 취업자 수가 9만8000명 늘었다. 정보통신업(8만명)과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7만8000명)에서도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연령별 분류상으로는 여전히 60세 이상 고령자가 늘어난 취업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2월 증가분 32만9000명 중 60세 이상 고령자가 차지한 수는 29만7000명이었다. 이는 60세 미만 취업자 증가폭이 3만2000명에 불과했음을 말해준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6만1000명 감소했다. 이들 연령대의 취업자 감소행진은 16개월째 이어졌다. 40대 취업자 수도 6만2000명 줄어들어 연속 하강기록이 20개월로 늘어나게 됐다. 이들과 달리 50대와 30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각각 8만4000명, 7만1000명 증가했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전체에서 61.1%를 나타냈다. 1년 전보다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는 1982년 7웗부터 월간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2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64세 고용률은 작년 동기보다 0.7%포인트 상승한 68.7%를 기록했다. 이 역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2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은 3.2%로 작년 동월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실업자는 91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만5000명 증가했다. 실업자 수는 작년 11월부터 4개월 연속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은 2월 실업률은 동월 기준으로 역대 2위에 해당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용률이 전체 취업자 수를 15세 이상 인구로 나눈 뒤 100을 곱한 결과값인 것과 달리 실업률은 실업자(구직활동을 벌인 사람) 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수치다. 경제활동인구는 15세 이상 인구 중 조사대상 기간(매달 15일을 낀 1주일)에 취업자였던 사람과 구직활동을 한 사람(실업자)의 합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이 같은 정의에 따라 조사 기간 동안 구직활동을 벌이지 않은 사람은 직업이 없어도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들은 당연히 실업률 조사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통계청 관계자가 올해 2월 실업률이 역대급으로 낮다고 밝히면서 “구직활동을 해야 실업자로 분류된다”고 부연한 것도 그같은 통계작성 메커니즘을 일깨우기 위함이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