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정부가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당장의 목표는 발등의 불이 된 먹거리 물가를 신속히 안정시키는데 모아져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한국은행의 관리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지난 1월 모처럼 2%대로 내려섰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들어 다시 3%대(3.1%)로 올라서며 아직 상방압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입증해주었다.

특히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들에게 바로 체감되는 생활물가의 고공행진이다. 2월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총지수 상승률보다 0.6%포인트나 높은 3.7%를 기록했다. 중심 원인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 등 먹거리 물가다. 생활물가지수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144개 품목을 따로 떼어내 조사한 물가지수다. 해당 품목엔 빵과 육류, 수산물, 과일, 채소, 과자류, 커피 등이 포함된다.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는 이달과 다음 달 중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 정책을 집중적으로 펼친다. 여기에 6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관련 부처들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행사를 ‘봄맞이’ 이벤트로 기획하는 등 먹거리 물가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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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환으로 해양수산부는 이달 16일부터 22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3월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개최한다고 14일 발표했다. 이 행사는 전국 66개 전통시장에서 진행된다. 해당 전통시장에서는 국산 수산물을 구입한 소비자가 시장 내에 설치된 환급부스를 찾아가 영수증과 신분증을 제시하면 최대 2만원의 온누리상품권을 환급받을 수 있다.

해수부는 물가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이 행사를 6월까지 매달 60~70개 전통시장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를 통해 소비자들은 물건 구입 가격을 사실상 할인받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예를 들면 3만4000~6만7000원 미만 구매시엔 1만원짜리, 6만7000원어치 이상 구매시엔 2만원짜리 상품권을 환급받는 식이다.

해수부는 이외에도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오징어·참조기 정부 비축물량 반값 특별전’을 다음달 14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또 마트와 온라인몰 최대 50% 할인행사도 매달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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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된 ‘반값 특별전’에서는 정부 비축물량 중 260t(오징어 200t, 참조기 60t)이 추가로 방출된다. 이와 함께 고등어와 명태, 갈치, 멸치 등의 정부 비축물량 340t을 주요 마트 등으로 방출해 시중가보다 최대 30% 정도 싸게 판매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수산물 물가 관리에서 특히 중요한 시점이 3월이라는 인식 아래 공급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도형 장관은 “수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3∼4월 두 달간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등 다양한 할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며 여기에 366억원을 투입하고 수급 불안 품목의 경우 정부 비축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도 국산 과일을 대체하도록 유도할 목적으로 주요 외국산 과일에 할당관세를 적용키로 한 바 있다. 지난 1월부터 할당관세가 적용된 과일은 바나나와 파인애플, 망고, 오렌지, 자몽, 아보카드 등이다. 이들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시점은 오는 6월까지다.

이에 따라 관세율이 50%였던 오렌지는 무관세가 됐고, 바나나와 망고 등 나머지 품목들의 관세율도 기존 30%에서 0%로 낮아졌다.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국내 과실 가격은 1년 전의 1.5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신선과실 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41.2%나 상승했다. 32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신선과실 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사과와 배의 가격이 특히 많이 올랐다. 사실상 수입 불가 품목이라 할 사과와 배의 전년 동기 대비 가격 상승률은 각각 71.0%와 61.1%였다. 원인은 사과와 배의 품귀현상이다. 사과의 경우 지난해 4월 찾아든 꽃샘추위와 그해 여름 이후 쏟아진 과다한 강수로 인해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전통 과일의 대체품으로 삼기 위해 오렌지와 바나나, 파인애플 등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있지만 이들 수입과일 가격조차 전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소비자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이들 수입과일의 가격 자체가 현지 작황 부진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높아진 것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 집계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10개에 1만7723원으로 1년 전보다 8.9% 상승했다. 미국산 오렌지 가격은 이달 초순 1만6000원대로 떨어졌다가 중순 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바나나 가격은 이달 중순 기준으로 100g당 338원을 기록했다. 1년 전에 비해 4% 상승한 가격이다. 100g당 바나나 값의 연평균치는 2021년 297원, 2022년 323원, 올해 329원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파인애플 가격도 무관세 조치를 비웃듯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중순 기준 파인애플 1개 값은 7277원으로 작년 3월 중순의 7003원보다 3.9%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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