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접투자에 나서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두 개 분기 연속 그 규모가 늘어난 데다 증가폭도 확대되고 있다. 국내 설비투자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는 여러 가지 목적을 이루기 위해 행해진다. 현지 시장 확보와 관세 장벽에 따른 리스크 감소 등이 주요 목적이다. 국내에서 다양하게 부과되는 각종 규제를 피하고 인건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도 해외직접투자의 목적 중 중요한 일부다.

오스트리아 ZKW 본사 전경. [사진 = LG전자 제공/연합뉴스]
오스트리아 ZKW 본사 전경. [사진 = LG전자 제공/연합뉴스]

즉, 해외직접투자는 기업들의 생존 전략 중 일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국내 투자 대신 해외진출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국내의 고용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기업들을 향해 미국 투자를 적극 권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의 미국 귀환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3분기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해외직접투자액은 6개 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3분기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0%나 늘어난 131억1000만 달러였다.

이같은 증가율은 지난해 1 분기 61.4%를 기록한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제조업 분야의 해외직접투자가 160.6%나 늘었다는 점은 더욱 뼈아픈 대목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조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크게 환영받는 분야다. 안정적이고 소득도 높은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하는 확실한 카드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국은 제조업 관련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광주시가 현대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려 애쓰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올해 3분기 제조업 분야의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50억3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업종별로 분류했을 때 가장 큰 규모다.

3분기 해외직접투자의 대표적인 케이스는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진출이다. LG전자는 자동차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생산업체인 ZKW의 지분 70%를 인수하기 위해 7억7000만 유로(약 9799억원)를 투자했다.

두 번째로 규모가 큰 분야는 금융·보험업이었다. 하지만 이 부문에서는 해외직접투자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7% 감소했다. 그 다음은 부동산업(15억2000만 달러), 정보통신업(5억5000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가장 활발히 증가한 곳은 중국과 미국이었다. 국가별 증가율은 중국 107.2%, 미국 77.0%였다. 3분기 대중(對中) 직접투자 규모는 14억8000만 달러, 대미(對美) 직접투자 규모는 37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경우 생산기지 증설 등으로, 미국에서는 제약 분야에서의 인수·합병 성사 등으로 직접투자가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3분기까지의 누적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360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율은 7.3%다.

반면 올해 국내 투자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설비투자지수가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두 달 연속 지표가 다소 개선된 모습을 나타냈지만 그 흐름은 미약하다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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