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0-08-08 08:13 (토)
[나이스뷰] 주세 개편 이후 국산 맥줏값 하락이 기대되는 이유
[나이스뷰] 주세 개편 이후 국산 맥줏값 하락이 기대되는 이유
  • 안호근 기자
  • 승인 2020.01.06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해부터 개정된 주세법이 적용됨에 따라 국산 캔맥주 가격이 줄줄이 인하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리병과 페트병에 담긴 맥주 가격엔 별다른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입 맥주는 세 부담 증가로 가격 경쟁력 저하 요인을 안게 됐다.

주세 개편에 따라 올해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한 주세 부과 기준이 주류 가격에서 주류의 양으로 바뀌는 것이 그 배경이다. 맥주·탁주에 대한 세금 부과 원칙이 종가세제(從價稅制)에서 종량세제(從量稅制)로 바뀌게 되자 국세청은 지난 5일 ‘술, 그리고 세금 바로 알기’ 자료를 내고 주세 개편 내용을 상세히 소개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소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68년부터 지난해까지 맥주와 탁주에 대해 종가세제를 적용해왔다. 종가세는 가격을 주요 기준으로 삼은 세금을 지칭하는 것으로 세부 기준 항목은 출고 시점의 가격이나 수입 신고 시점의 가격이다. 여기에 각각 술의 종류별 세율을 곱해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 종가세제다.

이 같은 과세 방식은 그간 숱한 비판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국산 맥주에 비해 수입 맥주의 가격 경쟁력만 더 키워준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종가세제 하에서는 국산 맥주엔 출고 시점의 제조 원가에 판매 관리비와 매출이익까지 더한 값이 과세표준으로 적용됐다. 반면 수입 맥주의 경우 수입가액과 관세를 합친 금액만을 과세표준으로 삼았다.

이처럼 수입 맥주는 판매관리비와 매출이익 등이 제외된 과세표준을 적용받은 덕분에 국산 맥주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편의점 등에서 4캔 한 묶음을 1만원에 파는 등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을 펼칠 기반이 되어주었다.

그 결과 국산 맥주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만든 세제 탓에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비해 역차별을 받는 엉뚱한 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우리가 유럽연합(EU) 및 미국 등과 차례차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관세가 대폭 축소된 점도 수입맥주의 세제상 가격 경쟁력을 키워주는 요인이 됐다. 기본 30%이던 맥주에 대한 관세는 FTA 체결로 인해 유럽산은 3.7%로, 미국산은 제로로 크게 낮아졌다.

종가세제에 대한 비판을 수용해 새로 도입된 종량세제는 과세기준이 주류의 양이므로 이 같은 불합리성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종량세제 하에서는 가격이 달라도 술의 종류와 양만 같다면 관세 등의 변수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같은 수준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주세 개편으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은 국산 캔맥주다. 지금까지는 비싼 포장용기 제조비용이 과세표준에 포함되는 바람에 주세가 상대적으로 더 높았는데, 종량세제로 개편되면서 용기값이 과세표준에서 빠지게 된 것이 그 이유다. 주세 인하 요인이 병맥주나 페트병맥주에 비해 더 크게 발생할 조건을 갖추게 된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용기가 재활용되는 국산 병맥주나 대용량 판매가 이뤄져온 페트병맥주는 용기값 제외에 따른 가격 인하 요인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종량세제 채택으로 생맥주 값은 오히려 올라갈 여지가 새로 생겼다. 2만 리터 단위의 대용량으로 업소에 판매되는 예가 많은데다 용기까지 재활용되는 게 보통인 현실 탓이다. 그러면서도 용량 단위가 크다는 점으로 인해 주세 부담은 오히려 더 커지게 됐다. 결국 서민용 술이던 생맥주가 종량세제 하에서는 더 접하기 어려운 술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향후 2년에 한해 생맥주의 주세를 20% 경감해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에도 생맥주 주세는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주세 개편은 수제 맥주의 개발 분위기를 고무시키는 데도 긍정적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제도가 수제 맥주의 주세를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간 수제 맥주는 소규모로 제조된다는 한계요인으로 인해 제조 원가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기존 종가세제 하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주세가 붙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주세 인하 요인이 생긴 만큼 가격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는 곧 수제 맥주 연구개발 노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어줄 수 있다.

수제 맥주 개발의 활성화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국산 맥주의 품질 향상 노력에도 긍정적 자극을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간 국산 맥주는 품질 면에서 국제적으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과거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은 한국 맥주가 북한 맥주보다도 맛이 없다는 혹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막걸리로 대표되는 탁주에 대해서는 주세 개편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탁주는 종가세제 하에서도 세율이 5%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에 세제 개편에 따른 메리트를 별로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용기가격이 주세를 올리는 요인에서 배제된 만큼 도자기 등을 용기로 쓰는 고가 전통제품 등이 새롭게 개발될 여건은 한결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