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지난 1월 뜨겁게 달아올랐던 테슬라 주가가 급등세에 제동이 걸리며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6월 서학개미의 테슬라 순매수 규모는 1276만 달러(약 145억원)에 그쳤다. 매수 결제 규모는 7억 5791만 달러, 매도 결제액은 7억 4515만 달러로 각각 집계됐다. 미국 주식 가운데 35위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던 테슬라 순위가 곤두박질쳤다. 1위 로블록스(8153만 달러)와의 격차도 7배 가까이 나고 존슨앤드존슨(26위), 코카콜라(29위)에도 뒤처졌다. 5월 아마존에 59만 달러 차이로 밀려 2위로 내려앉은데 이어 이젠 서학개미의 관심권에서 완전히 멀어진 모습이다.

테슬라 모델3. [사진 = 테슬라 제공/연합뉴스]
테슬라 모델3. [사진 = 테슬라 제공/연합뉴스]

미래 성장주를 대표하는 테슬라의 주가 향방을 놓고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비관론의 가장 큰 원인은 부진한 주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논의를 언급하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바람에 성장주에 타격을 입힌 데다 경쟁사의 거센 도전도 위협적이다. 지난해까지 발톱을 드러내지 않았던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 모터스(GM), 현대자동차 등 전통 자동차 업체들이 올들어 ‘차세대 전기차’를 속속 출시하거나 출시할 예정이어서 본격 추격에 불을 댕기고 있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CS)에 따르면 올해 3월 세계 시장에서 29%를 기록했던 테슬라 전기차 점유율은 4월엔 11%로 급락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연초 주당 700달러 초반대에서 출발한 테슬라 주가는 불과 1주일 만에 880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곧바로 내림세로 돌아섰다. 두 달 만에 500달러 중반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요즘 600달러 중후반대에서 횡보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테슬라 목표 주가를 10%가량 하향 조정한 금융기관도 나왔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경쟁 심화, 운영 지연 등을 이유로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730달러에서 660달러로 낮췄다. 전기차 시장의 경쟁 격화로 중국 내 입지가 약해지고 있고, 신규 모델 출시가 늦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전기차 최대 시장 중국에서 악재가 이어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28만4000여대의 차량을 원격 리콜하기로 했다. 모델3와 모델Y 차량 일부의 보조주행기능(크루즈 컨트롤)에서 문제가 발견된 탓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정보 수집 의혹이 제기된 데다 차량 품질 및 사후관리(AS)에 대한 불만이 잇따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4월 상하이 모터쇼에선 브레이크 고장에 항의하는 기습 시위가 있었고 최근엔 차량 정전으로 차주가 차량 안에 갇히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여기에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에 가상(암호)화폐 관련 글을 올리며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 등에 대해 쏟아낸 변덕스러운 호평과 혹평은 가상화폐 시장을 패닉으로 모는 바람에 테슬라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에는 테슬라 차를 비트코인으로 살 수 있도록 했던 기존 결정을 뒤집으며 가상화폐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 넣었다. 머스크의 돌발 행동에 온라인에서는 ‘테슬라를 사지 말자’(Don‘t Buy Tesla)는 해시태그까지 등장했다. 테슬라 핵심 참모들도 떠나고 있다. 지난달 7일 머스크의 최측근인 제롬 기옌 테슬라 트럭 담당 사장이 11년 만에 회사를 떠났고, 4월엔 앨 프레스콧 최고 법무담당도 사임했다. 이들의 이탈은 머스크의 독단적 경영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패트릭 험멜 UBS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에서 테슬라의 수요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국내 브랜드 전기차가 테슬라에 비해 더 많은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테슬라의 추가적 가격 인하를 부르고 결과적으로 마진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중국 내에서 테슬라 입지가 두터운 만큼 이런 악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지난 5월 중국 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줄었어도 테슬라는 11개월 만에 점유율 1위로 다시 올라섰다. 모델Y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급증한 덕이다. 전기차 선발주자로서 테슬라 아성은 굳건하다는 평가도 여전하다. 토드 고든 트레이딩 애널리시스 설립자는 “기존 자동차 회사들은 조만간 확실히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이라면서도 “테슬라가 주요 데이터 센터에 확보한 주행기록 수십억 마일은 다른 전기차가 가진 것과 비교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데이터가 가장 많은 쪽이 승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어 단기적으로는 시장 점유율을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에 필적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 테슬라는 올해 2분기에 20만1250대의 전기차를 인도했다. 1분기에 기록한 역대 최다 물량인 18만4800대를 넘어섰다. 생산 실적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분기 생산량은 1분기보다 15% 증가한 20만6421대에 이른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이 테슬라의 대량 리콜이란 악재에도 목표주가를 950달러에서 1000달러로 끌어올린 이유다. 대니얼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내년까지 세계 판매량 가운데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 시장 수요가 테슬라의 장기적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에선 이달 말로 예고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발전을 보여줄 ‘AI 데이’에 주목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달 22일 트위터를 통해 “7월 중 리크루팅(인력채용)을 위해 AI 데이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인공지능(AI),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개발 현황이 공개될 가능성이 높다. 사고 다발로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 시장은 지켜보고 있다.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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