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국민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특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의 눈덩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쏟아 부어야 할 자금 규모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이 크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국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4대 공적연금 지출 규모는 59조2869억원에 이른다. 올해 4대 공적연금 지출액(55조8236억원)보다 6.2% 증가한 규모다. 4대 공적연금 지출액은 2023년 65조1174억원, 2024년 70조614억원, 2025년 75조3616억원으로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증가율이 7.8%로 같은 기간 재정지출 평균 증가율이 5.5%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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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내년 공적연금 기금 적자를 메우기 위한 자금은 8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공무원·군인연금 등 공적연금 체계는 평균수명, 경제여건 변화 등에 따라 연금 지급이 달라지는 자동안전장치가 없다”며 “연금을 받는 사람보다 내는 사람이 훨씬 많았던 당시에 설계된 구조를 현재 상황에 맞게 재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 공적연금은 법에 따라 지출이 규정되는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은 법률에 따라 지출 의무가 발생하고, 법령에 의해 단가·대상 등이 결정되는 지출을 의미하는 만큼 정부가 지출 규모를 축소할 수 있는 여력이 제한적이다. 정부가 쉽사리 속도를 제어할 수 없는 까닭에 국가 재정의 신축성이 사라져 유연한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이런 지출의 비중이 내년 기준으로 보면 총지출의 10%에 육박한다.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공적연금은 국민연금이다. 내년 지출액만 30조9085억원에 이른다. 이어 공무원연금 20조1300억원, 사학연금 4조5928억원, 군인연금이 3조6557억원으로 각각 예상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국민연금 지출액의 연평균 증가율은 8.5%로 가장 높다. 사학연금 8.2%, 공무원연금 7.4%, 군인연금이 3.9%이다.

공적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저출산·고령화 영향 탓이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며 연금 수령액은 늘어나는 반면 연금을 납입할 청년·중장년층은 오히려 감소하는 것이다. 저금리 시대가 길어지면서 퇴직금을 일시금보다 연금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것도 연금 지출이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다. 공적연금은 불입금보다 지출이 큰 상황이 지속되며 적자가 확대돼 연금기금의 부실화로 이어진다. 결국 국민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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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연금 가운데 적자 문제가 심각한 것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가 발생했다. 정부가 몇 차례 공무원연금 개혁을 추진했지만 적자 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령화에 따라 공무원연금 수급자가 계속해 늘어난 탓이다.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내년 60만7000명에서 2023년 63만9000명, 2024년 67만3000명, 2025년에는 71만1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수급자가 늘어 공무원연금 적자 규모가 커지면서 정부의 적자 보전을 위한 지출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과 사용자로서 부담금 등 형태로 내년에 4조7906억원을 부담한다. 연금 적자가 혈세 투입으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 부담 규모는 2023년 5조1372억원, 2024년 5조5233억원, 2025년 5조9993억원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군인연금 적자는 공무원연금보다 20년이나 이른 1973년 시작됐다. 군인은 연령·계급 정년 제도로 45~56세에 전역하는 사례가 많은데, 이때부터 퇴역연금을 수령한다. 이후 본인이 사망하더라도 유족연금으로 승계되는 구조다. 군사정권 시절 혜택을 크게 늘려 기금 규모에 비해 적자 규모가 더 큰 기형적 구조다. 군인연금 역시 내년에 2조9077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 보전과 정부 부담금 형태로 투입되는 금액이 적자 규모와 엇비슷한 2조9220억원에 이른다. 이 규모는 2023년 3조375억원으로 증가한 뒤 2024년 3조1599억원, 2025년엔 3조2881억원으로 늘어나리라 전망된다. 

사학연금의 앞날도 그리 밝지 않다. 현재 흑자를 내고 있는 사학연금은 2023년부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엔 3794억원의 흑자가 발생하지만 2023년엔 8662억원 적자가 발생한다는 게 정부의 예측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의 적자 전환시기(2029년)보다 6년이나 앞당겨졌다. 반면 국민연금은 아직 적자가 발생할 단계는 아니다. 적립금도 올해 상반기 말 908조원 쌓여 있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해마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1조9520억원 흑자에서 2023년 39조3531억원, 2025년 34조6653억원 등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적자 전환 시점은 2040년이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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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정부가 적자 보전과 사용자로서의 부담금 등 형태로 내년에 공적연금에 부담하는 금액은 모두 8조7106억원에 이른다. 올해 8조577억원과 비교하면 7000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이후 2023년 9조2750억원, 2024년 9조8114억원을 기록한 후 2025년에는 10조4381억원까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에 손을 놓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차원의 국민연금 개혁안이 나왔지만 청와대에서 퇴짜를 맞았다. 공적연금 개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지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는 “공무원연금은 기금이 고갈돼도 국가가 채워주지만 국민연금은 고갈돼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또 다른 사회갈등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갈등을 조정하는 차원에서라도 공적연금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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