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살림살이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추락했다. 코로나19 사태 충격파에 따른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정부 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난해 공공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특히 공공부문 가운데 중앙정부는 73조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면서 2007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6일 내놓은 ‘2020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 따르면 일반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 차감)는 50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09년 58조원 적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공공부문 수지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진 계속 적자를 보이다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면서 흑자폭이 축소되더니, 지난해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결국 7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공공부문은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와 공기업(비금융 공기업·금융공기업)을 뜻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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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공공부문의 총 수입은 전년(2019년)보다 4조9000억원이 증가한 88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율로 따지면 0.6%에 불과,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 기업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법인세 등의 조세수입은 384조7000억원으로 3000억원 감소했다. 공기업도 매출이 감소해 정부에 지급하는 배당금이 줄어 재산소득 수취도 4조9000억원 줄어든 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934조원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8.1%(70조2000억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따지면 2009년 10.6%를 기록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66조8000억원의 추경(추가경정예산)이 이뤄진 탓이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민간에 돈을 나눠주는 재난지원금과 고용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이 늘어나는 바람에 경상이전 지출이 116조3000억원으로 41조6000억원 증가했다. 정부가 직접 돈을 쓰는 최종소비 지출도 349조1000억원으로 20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인규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지출국민소득팀장은 “2009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금융공기업 위주로 적자폭이 커졌고 지난해엔 중앙,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국민 재난지원금, 소상공인 지원금을 크게 확대하면서 일반정부 위주로 적자폭이 커졌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보면 지난해 일반정부의 재정 총수입은 전년보다 1.7% 늘어난 681조9000억원인 반면 재정 총지출은 11.4% 증가한 726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일반정부의 재정수지는 44조4000억원 적자로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적자폭은 역대 최대 규모다. 더욱이 중앙정부의 총수입(355조2000억원)에서 총지출(428조원)을 뺀 수지는 72조8000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전년 적자폭(36조9000억원)의 2배 가까운 수치이자 역대 최대 적자폭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법인세 등 총수입이 전년보다 2.5% 줄어든 반면 재난지원금 지급을 포함한 정부 지출은 33.4%나 급증한 결과다. 지방정부 재정 상황도 악화됐다. 지방정부 수지는 민간 이전지출이 늘면서 2019년 16조9000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9조900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그나마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수지는 38조3000억원 흑자를 낸 덕분에 일반정부 재정수지 적자폭을 줄였다.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비금융 부문 공기업의 수지는 7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적자폭도 전년(6조9000억원 적자)보다 4000억원 커졌다. 코로나19로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총지출(설비투자액 포함)이 180조2000억원으로 2조원 감소했다. 하지만 운송과 관광, 에너지 관련 공기업 중심으로 매출액이 줄면서 총수입도 172조9000억원으로 2조3000억원이나 감소한 영향이다. 산업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수지는 1조1000억원 흑자로 전년(3조2000억원)보다 흑자폭이 2조1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공기업 총수입은 37조원, 총지출은 36조원으로 집계됐다. 저금리에 따른 이자수입이 줄면서 총수입이 2조9000억원 줄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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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국에 공공부문의 ‘철밥통’은 굳건하다. 공공부문이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건비(피고용자 보수)는 지난해 166조4233억원으로 전년보다 5.3%(8조4275억원) 불어났다. 피고용자 보수는 월급과 상여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 고용자가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 총액이다. 공공부문의 인건비 지출 증가세는 민간 수준을 크게 웃돈다. 국민계정의 피고용자 보수는 지난해 918조3387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0.5%(4조929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의 칼바람을 공공부문만 피해 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역대급 공공부문 적자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선 재정 수지가 괜찮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1933조2000억원 대비 공공부문 수지가 -2.6%(사회보장기금 제외 수지 -4.6%)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0.8%보다 양호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나라의 지출이 증가했는데 다른 나라는 명목 GDP까지 감소하면서 GDP 대비 재정수지가 악화했지만, 우리나라는 명목 GDP가 0.4% 증가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속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올해는 공공부문 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인규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통합재정수지가 20조7000억원 적자를 보여 전년 동기(75조6000억원 적자) 대비 50조원가량 적자폭이 줄었다”면서 “통합재정 수지와 공공부문 수지가 비슷한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올해는 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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