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델타변이에 따른 4차 대유행의 충격파로 지난달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가시화하면서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경기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8월 전산업 생산지수는 111.8((2015년 기준 100)로 전달보다 0.2% 감소했다. 지난 4월(-1.3%)과 5월(-0.2%) 연속 감소했던 전산업 생산지수는 6월(1.6%) 반짝 반등했다가 7월(-0.6%)에 이어 두 달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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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등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이 동반 감소했다. 6월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광공업 생산은 지난달 0.7% 줄었다. 제조업 생산은 전기장비(-5.1%)와 금속가공(-5.0%) 등에서 부진하며 0.4% 줄어든 영향이 컸다. 제조업 재고는 전달보다 4.9% 증가했으며, 출하는 2.5% 감소했다. 다만 국내 제조업의 주력 품목인 반도체(3.5%)와 자동차(3.3%)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도 74.1%를 기록해 전달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0.6% 감소했다. 서비스업 역시 5월(-0.4%) 이후 3개월 만에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의 영향을 받은 곳을 중심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생산이 5.0% 감소했고, 도소매도 0.9%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118.5로 0.8% 하락했다. 지난 7월 -0.5%에 이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여름휴가 특수가 사라진 가운데 나들이·음식료품 등의 판매가 줄어든 영향으로 해석된다.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0%) 판매가 줄었고,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수급 차질에 따른 출고지연으로 승용차를 비롯한 내구재(-0.1%) 판매도 감소했다. 소매업태 별로 보면 슈퍼마켓 및 잡화점(-6.0%), 대형마트(-4.2%)에서 전년 같은 달보다 판매가 감소했고 전문소매점(+6.7%), 백화점(+14.8%), 승용차 및 연료소매점(+3.0%), 면세점(4.1%), 편의점(1.4%) 등에서는 판매가 증가했다.

설비투자도 5.1% 감소하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5월(-5.7%)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와 선박 등 운송장비 투자가 각각 4.3%, 7.7% 감소했다. 2019년부터 설비 증설 등이 대규모로 진행됐던 반도체 분야의 투자가 주춤했던 것이 가장 큰 악재로 작용했다. 국내 기계수주는 공공(117.4%)에서 늘었으나 민간(-20.8%)에서 대폭 줄어드는 바람에 전달보다 16.3%나 감소했다.

반면 공공행정은 백신 접종 추진 관련 지출이 늘어나면서 5.2% 증가했다. 건설업은 1.6% 늘어나며 3월(0.4%) 이후 5개월 만에 증가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생산과 지출이 전달보다 약화하면서 지난달에 이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서비스업 중심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측면이 있고, 지난달 지표 수준이 높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동일한 101.3이었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하락한 102.4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7월 14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데 이어 8월에도 2개월째 내렸다. 어 심의관은 “코로나19 4차 확산 등 하락 요인이 없지 않지만 수출 호조, 백신 접종 확대, 소비심리 반등, 정부의 지원정책 등 상승 요인도 여전히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경기 전환점 발생 신호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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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리플 감소’를 한 것은 지난 5월 이후 3개월 만이다. 트리플 감소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보다는 낫다는 긍정 평가를 내놨다. 홍 부총리는 산업활동동향 발표 직후 페이스북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백신 접종 가속화, 방역 적응력 제고 등으로 과거 3차례 확진 확산기에 비해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내수피해의 폭이 유의미하게 줄어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글을 올렸다. 1~3차 확산기 때 7.6~27.6% 감소했던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생산 감소폭이 이번에는 5%대로 적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또 8∼9월 카드매출액이 7∼8% 증가세를 지속하고 9월 소비자심리지수(CSI)가 3개월 만에 반등한 점 등을 언급하며 “소비력 회복의 불씨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일련의 기대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월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급 시작, 상생소비지원금(카드 캐시백) 시행, 백신 접종률 70%를 바탕으로 한 집단면역 형성 등 ‘방역과 민생이 조화된 소위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조치가 순조롭게 준비돼 착근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의 피크아웃(경기가 고점에 도달한 뒤 하락) 우려가 확산되면서 경기회복세 둔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면서 앞으로의 산업활동이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늘리려고 하지만 소비가 생산활동과 직결되는 만큼 재정투입의 소비 진작 효과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우리 경제의 리스크는 내부보다 오히려 외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생산과 소비 부진이 2개월째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이 주춤한 가운데 ▲반도체 품귀 등 글로벌 공급 병목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예고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투명성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는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그룹 사태와 전력난 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등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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