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층이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가계부채 규모가 전체(6월말 기준 1806조원)의 25%를 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바람에 20~30대 청년층의 빚이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20~30대 청년층 전세대출 잔액은 2017년 29조1738억원에서 올해 6월 88조234억원으로 201.7%나 폭증했다. 청년층 전세대출이 5년 새 60조원 가까이 급증하면서 전체 전세대출 잔액 가운데 청년층 비중도 59.2%까지 치솟았다. 이중 20대 전세대출 잔액은 2017년 4조3891억원에서 지난 6월에는 24조3886억원으로 증가했다. 무려 5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최근 전셋값이 치솟은 데다 전세대출의 경우 청년층 지원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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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 대출은 총부채 원리금상환 비율(DSR)을 산정할 때 원금상환분을 고려하지 않는 등 규제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고 청년층 주거지원을 위한 정부의 전세자금 지원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돼 청년층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으로 인해 급증세를 보였다. 그 결과 청년층의 가계대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청년층 가계부채 규모는 전체의 26.9%인 485조8000억원에 이른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8%나 늘어나며 다른 연령층의 평균 증가율(7.8%)을 크게 웃돌고 있다.

문제는 청년층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소득과 자산이 적은 반면 전세대출을 포함해 다중채무자가 많다는데 있다. 금융회사 3곳 이상에서 빌린 다중채무자 중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청년층 취약차주의 비중은 6.8%로 다른 연령층(6.1%)보다 높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말 기준 청년층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2조2511억원이나 된다. 2017년 6월 말(85조8507억 원)보다 57.7% 증가했다.

청년층이 제2금융권에서 받은 신용대출 잔액 역시 29조2630억원으로 2018년 말 23조8134억원보다 22% 늘었다. 더군다나 20대의 제2금융권 신용대출 잔액은 2019~2020년 사이에만 20% 늘어나는 등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다.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인해 취업이 어려운 데다 한은이 11월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만큼 청년층 다중채무자의 빚이 부실대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에서는 청년층의 폭발적인 전세대출 증가가 가계부채의 뇌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대출 급증과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된 저금리 기조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받는다는 신조어), ‘빚투’(빚을 내 투자한다는 신조어)가 늘어났다. 한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연 1%로 인상할 것이 유력시되는 만큼 소득과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20~30대 청년층의 이자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마당에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청년층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대출금리까지 뜀박질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것만도 부담스러운데, 집값까지 떨어지면 청년층은 그 충격을 버티기가 어려워진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8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압박에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깎거나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바람에 실수요자들이 창구에서 체감하는 금리인상 폭은 더 커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031~4.67% 수준이다. 8월 말(2.62~4.19%)과 비교해 한 달 보름 사이 최대 0.48%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2.92~4.42%에서 3.14~4.95%로 올랐다. 11월 중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연내 대출금리는 5%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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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서울 집값은 감당이 안 돼 뒤늦게 경기도 외곽 아파트를 샀는데 꼭지에 물린 것 같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정 의원은 “20~30대 청년층의 경우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며 “청년층의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면밀히 동향을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관리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부동산과 주식시장, 가상화폐 등 가상자산에 ‘영끌’ 투자를 했던 20대 다중채무자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대 다중채무자는 2019년 74만4000명에서 지난해 78만2000명으로 1년 새 5.17% 증가했다. 전체 연령의 다중채무자 증가율(1.45%)의 3.5배에 이른다. 올 상반기까지 20대 다중채무자는 83만4000명으로 더 늘었고 대출잔액도 47조6512억원이나 된다. 서영경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는 과거와 달리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이들의 미래 소비기반을 상당히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다중채무자의 대출 이자는 크게 불어난다. 다중채무자 대부분은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고정금리 대출비중은 8월 기준 19.6%에 불과하다. 진 의원은 “다중채무자는 ‘돌려막기’ 등으로 인해 금리인상기에 부실위험이 가장 큰 이들 중 하나”라며 “특히 사회초년생인 20대 다중채무자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급한 정부는 청년층 다중채무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참모회의를 통해 “청년 다중채무 연체자를 대상으로 통합 채무조정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학자금 대출 채무조정을 담당하는 한국장학재단과 금융권 대출 채무조정을 담당하는 신용회복위원회 간의 협약이 조속히 추진되도록 살피라”고 지시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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