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와 국민지원금 지급 등으로 서비스업 생산이 증가했고, 9월 전(全)산업생산은 석 달 만에 반등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외부 활동이 늘어나며 소비 역시 석 달 만에 증가했다. 하지만 제조업 생산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 여파로 석 달 연속 뒷걸음질쳤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산업 생산지수는 113.1(2015년 기준 100)로 8월보다 1.3% 증가했다. 지난 7월과 8월 각각 0.7%, 0.2% 감소하더니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중 서비스업 생산이 1.3% 증가해 전산업생산 증가를 주도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도 숙박·음식점(10.9%)의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6월(2.5%) 이후 석 달 만의 반등으로 증가 폭은 올해 2월(20.8%) 이후 가장 컸다. 운수·창고(4.5%) 등의 생산이 크게 증가했고 대표적인 대면 업종인 도소매업(0.7%) 생산도 함께 늘어났다. 사적모임 제한이 완화되고 국민지원금 지급 등으로 음식점, 주점 등이 활력을 되찾은 덕분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은 “수출입 증가와 백신접종 확대 등으로 화물과 여객 운송, 창고·운송 관련 서비스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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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석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121.4로 전달보다 2.5% 늘었다. 소매판매액 지수도 전 산업생산과 마찬가지로 6월(1.4%) 이후 7월(-0.5%)과 8월(-0.8%)에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다 3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 폭은 올해 3월(2.5%)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로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화장품 등 비내구재(3.8%)와 의복을 비롯한 준내구재(5.1%) 판매가 늘어난 반면 승용차 등 내구재(-1.7%) 판매는 줄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 심의관은 “서비스업 생산과 소매판매 호조 등으로 생산과 지출 모두 전달보다 호전됐다”며 “코로나 백신 접종 확대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인해 외부활동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광공업 생산은 0.8% 줄어 지난 8월에 이어 두 달째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 생산은 0.9% 감소하며 석 달째 쪼그라들었다. 감소폭도 7월 0.1%, 8월 0.4%보다 더 커졌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자동차 생산이 9.8% 급감했고, 전기장비 생산도 5.2% 줄었다. 반도체(-1.6%) 생산 역시 감소했다.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뜻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3.5%로 전달보다 0.6%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5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4개월 만에 꺾였다.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13.2%로 8월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8월(112.1%)에 전달보다 7.7%포인트 오른 후 또 다시 상승한 것이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출하는 8월에 비해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의 재고는 1.2% 늘어났다. 설비투자는 1.0%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설비투자 역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차질 등의 영향을 받았다. 국산 및 수입 투자가 감소하면서 자동차 등 운송장비(-2.7%), 전기기기 및 장치 등 기계류(-0.5%) 투자가 줄었다.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과 같은 101.2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수 관련 지표의 반등이 두드러졌다”며 “분기 마지막 달인 9월에 소비회복 흐름이 되살아났다는 것은 4분기 소비 반등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따뜻한 날씨, 추석 연휴 등 양호한 소비 여건도 일조했겠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백신접종 진행, 정책효과 등이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며 내수반등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발표한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에 따른 방역체계 전환 또한 대면서비스업 등 내수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주요국의 회복속도 둔화 가능성, 글로벌 공급 차질 등 불확실성이 곳곳에 산적해 있어 방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의 우려대로 세계 주요국 회복속도 둔화 가능성과 글로벌 공급 차질 등의 불확실성, 국제 원자재가격 급등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 요인이 올해 남은 기간 내내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경기를 전망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3포인트 하락한 102.1로 집계됐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개월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이는 향후 경기가 좋지 않은 국면으로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서플라이 체인(공급망) 복구에 시간이 지연되고 있어 공급 차질 현상이 길게 보면 내년 상반기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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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도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다음 달 전망치가 이달(103.4)보다 2.8포인트 하락한 100.6에 그쳤다고 밝혔다. BSI가 기준치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제조업은 96.5로 부정적 전망이, 비제조업은 105.9로 긍정적 전망이 각각 우세했다. 제조업 업황 전망이 부정적인 이유로 제조원가 부담 상승과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제 부진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우려 등이 꼽혔다.

제조업 가운데 목재·가구·종이(69.2), 석유정제·화학(83.9) 등 해외 원자재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업종일수록 경기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반면 비제조업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전환에 따른 내수 활성화와 가계소비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0월 BSI 조사 결과에서도 제조업 BSI는 전달과 같은 90으로 기준점(100)을 밑돌았다. 향후 경영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기업들이 많다는 의미다.

제조업은 우리 산업의 중심축이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큰 분야다. 우리 수출의 주요 기반 또한 제조업이다. 제조업 부흥은 ‘위드 코로나’ 시대 개막과 함께 우리가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라 할 수 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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