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맥없이 쓰러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경기 부진, 비대면·플랫폼 산업 활성화에 따른 인력 재편, 최저임금 인상 등 여러 악재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8월 기준 대폭 감소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주 내놓은 ‘2021년 8월 비임금근로 및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임금근로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만9000명 감소한 661만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2년 8월 이후 3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0.6%포인트 하락한 23.9%로 이것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비임금근로자 규모와 비중이 감소한 주된 이유는 지난해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 강화다. 비임금근로자는 ▲직원이 있는 자영업자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 ▲가족사업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를 아우르는 말로 자영업 관련 취업자를 뜻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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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직원을 둔 자영업자들이 대거 문을 닫거나 나홀로 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임금근로자 현황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8월 직원을 고용하지 않은 자영업자는 424만9000명으로 5만6000명이 늘어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직원을 두고 있는 자영업자는 130만1000명으로 6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직원 있는 자영업자가 줄어든 것은 1990년 8월(119만3000명) 이후 31년 만이다.

직원 없는 자영업자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등으로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도입이나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사업자, 플랫폼 기반 노동이 증가한 까닭이다. 반면 직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는 코로나19 방역 강화로 영업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최저임금이 올라가는 바람에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등 고정지출부터 줄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2월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402만4000명이었지만, 8월에는 그 수가 424만9000명으로 22만5000명이나 증가했다. 여기에다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인상돼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된 이후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그해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년 6개월(30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별 비임금근로자는 8월 기준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145만명(21.9%), 농림어업 144만9000명(21.9%), 도·소매업 124만1000명(18.8%), 숙박·음식점업 87만3000명(13.2%) 등의 순으로 많았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7만8000명), 도·소매업(-4만4000명) 등에선 대폭 감소했지만 건설업(4만4000명), 농림어업(3만3000명) 등에서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직원 있는 자영업자 감소세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도·소매업(-2만1000명)이다. 도·소매업에 이어 제조업(-1만5000명)에서도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숙박·음식점업 자영업자는 1만5000명 늘어났다. 이중 직원 있는 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가 각각 5000명 감소했지만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2만5000명 증가했다. 직원 없는 자영업자는 건설업(3만8000명), 농림어업(3만6000명) 등에서도 대폭 증가했다.

자영업자들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19 이전 1년간은 10%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3월 이후엔 20%에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기업 부채가 7%, 중소기업 부채가 12.8%, 가계부채가 9.5% 각각 증가한 것에 비하면 자영업자의 부채 증가세가 압도적으로 컸다. 더욱이 한은은 자영업자 27만명, 금액으로는 7조6000억원 정도를 상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취약대출’로 파악하고 있다. 때문에 직원 있는 자영업자 중 사업체 또는 일을 그만둘 계획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7%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증가한 반면 일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사람들은 0.8%포인트 감소했다. 사업체를 그만둘 계획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그 이유로 사업전망 악화 및 사업부진(52.0%)을 꼽았다.

이런 판국에 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아 빚으로 연명하는 자영업자들에게 큰 충격파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지난 8월 0.50%인 기준금리를 0.75%로 0.25%포인트 인상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를 적어도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인 1.25% 수준으로 정상화할 방침이다.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의 대다수가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 탓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자영업자 부채의 위험성 진단과 정책방향’에 따르면 8월 말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988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사업자대출은 572조6000억원, 가계대출은 415조9000억원이다. 사업자대출로 모자라 개인 신용대출 등으로 자금수요를 막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피해가 매우 큰 음식업과 개인서비스업 대출이 급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말보다 173조3000억원(21.3%) 늘어났고 같은 기간 일반 가계대출 증가율(13.1%)에 비해 1.6배나 빠르게 불어났다.

더구나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빚을 많이 냈다. 3월 기준 소득 1분위(하위 20%)와 2분위(하위 40%)의 대출 증가율은 각각 26%와 22.8%로 3분위(17.7%), 4분위(11.6%)를 크게 웃돈다. 5분위는 19.7%였으나 소득 수준이 높아 상환능력에서 1분위와의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은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5조2000억원가량 증가한다고 밝혔다. 상환능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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