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시중은행의 이익 가운데 상당 부분이 외국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계의 살림살이가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는 마당에 외국인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한극은행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예금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10월 연 3.46%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0.28%포인트 올랐다. 2019년 5월(3.49%)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치다. 사상 최저인 지난해 8월(2.55%)과 비교해 0.91%포인트나 올랐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1.76%포인트, 0.87%포인트 상승한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의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도 커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 예대마진(잔액기준)은 지난해말 1.89%포인트에서 지난 9월 2.01%포인트로 올랐다. 이는 은행의 이자이익이 6.3%가량 증가했다는 의미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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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상승세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3.58~4.954%다. 올 1월 1일(2.5~4.054%)과 비교하면 상·하단이 각각 1%포인트 내외씩 뛰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금리는 3.4~4.63%로 올해 초(2.65~3.92%)와 견줘 하단 0.75%포인트, 상단은 0.71%포인트 올랐다. 한은이 8월에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으로 올린 데 이어 25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한 결과다. 기준금리가 뛰면서 시장금리도 급등했다. 3년 만기 국고채(국채)금리는 지난해 8월 5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현재 2% 안팎까지 상승했다. 국채금리의 상승은 기준금리(현재 1.00%)가 1.50~1.7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선제적으로 반영되면서 ‘오버슈팅’(일시적 폭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는 은행들의 ‘실적 잔치’로 이어지는 대형 호재로 작용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출수요 증가와 함께 은행의 이자수입이 대폭 늘어난 덕분이다.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가계대출 증가율을 5~6% 선에서 묶는 총량 규제를 도입한데 이어 규제 강도를 높이자 은행이 앞다퉈 우대금리를 깎고 가산금리를 올려 ‘돈방석’에 앉은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모두 12조21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KB국민 3조7722억원, 신한 3조5594억원, 하나 2조6815억원, 우리 2조1983억원 등이다. 4개 금융지주 모두 3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KB와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이익 ‘4조 클럽’에 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러나 은행이 ‘돈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대출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주름살은 갈수록 늘어만 간다. 한은에 따르면 시장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 가계의 총 이자비용은 연간 12조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자영업자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연간 5조2000억원가량 불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더욱이 가계의 이자비용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내년 1~2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한 탓이다. 금융계에서는 내년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6%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1월과 7월에 차주(借主)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판국에 금융지주들이 벌어들인 이익 중 상당 부분은 국내 투자자가 아닌 외국인 투자자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외국인의 배만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각각 KB(69.4%), 하나(67.5%), 신한(60.3%), 우리(29.5%) 순으로 높다. 외국인이 많게는 배당금의 70%가량을 쓸어가는 셈이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주당 750원의 반기배당을 실시했는데, 전체 배당금 2922억원 가운데 외국인이 2149억원을 챙겼다. 신한금융은 올해 2·3분기 각각 주당 300원, 260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모두 2991억원 가운데 1757억원이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외국인 배당금액 규모를 밝히지 않았다. 다만 외국인 지분율로 미뤄봤을 때 최소 1376억원(하나금융), 319억원(우리금융)이 외국인에게 배당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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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가계대출이 급증하며 국민의 이자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이 과도한 반사이익을 누리는 건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외국인이 배당금을 챙겨가는 것 자체는 주식보유에 따른 권리 행사”라면서도 “이자잔치로 벌어들인 국부가 유출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지주들은 외국인 지분율에 따른 배당이 당연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배당 확대는 기업가치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나무랄 일이 아닌 데다 주주 환원을 확대하는 글로벌 트렌드에도 부합한다. 다만 이자이익의 상당 부분이 소수 이해관계자(주주·경영진 등)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회사는 주주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안겨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국적을 이유로 배당에 간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든 주식회사가 내·외국인을 차별하지 않고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유독 금융회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은 은행주를 대거 매집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 11일까지 외국인은 KB금융 주식을 7135억원 순매수했다. 이어 신한금융 5907억원, 우리금융 3634억원, 하나금융 3094억원, 기업은행 192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외국인의 5대 은행에 대한 순매수액은 모두 2조1693억원에 이른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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