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은 금융 소비자(채무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들이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코픽스(COFIX·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탓이다. 코픽스가 이달 들어 사상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이 지수와 연동된 주담대 변동금리도 덩달아 치솟는 바람에 지난 6월까 지 2%대에 머물렀던 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불과 넉달여만에 5%대로 진입한 것이다.

코픽스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 등 국내 8개 은행들이 매달 조달한 자금의 금액과 수신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은행들이 대출을 위한 자금을 모으는 데 든 비용을 나타내는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들이 적은 비용으로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다. 은행연합회는 매달 15일 신규취급액·잔액·신(新)잔액 기준 코픽스 3가지를 공시하고 있다. 3가지 코픽스는 모두 8월부터 11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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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1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달보다 0.26%포인트 오른 1.55%로 집계됐다. 6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 12월(1.60%) 이후 가장 높아졌다. 상승 폭 역시 2010년 2월 코픽스 공시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크다. 2019년 6월 새로 도입된 신잔액 기준 코픽스도 0.94%로 0.05%포인트 올라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8월과 11월 잇따라 기준금리를 인상한 데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 확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은행들이 그때마다 초고속으로 수신금리를 큰 폭 인상하면서 코픽스도 올 하반기 들어 껑충 뛰었다.

지난 15일 공시된 코픽스가 오르면서 은행들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이를 적용해 16일부터 일제히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연 3.59~4.79%에서 3.85~5.05%로, 우리은행은 연 3.58~4.09%에서 3.84~4.35%로 각각 올랐다. NH농협은행은 연 3.63~3.93%에서 연 3.89~4.19%로 주담대 변동금리를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연 3.74~4.76%, 하나은행은 연 3.73~5.03% 금리를 각각 적용했다.

주담대 변동금리가 대폭 상승하면 최근 대출을 일으킨 채무자들은 이자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10월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의 79.3%로 높은 수준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물가상승 등으로 올해 가계대출 금리가 1.03%포인트 상승하면서 연간 이자부담액이 17조50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구(통계청 기준 1174만 가구)당 이자부담은 연간 149만1000원 늘어난다.

문제는 5%선을 넘어선 주담대 변동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6%대까지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내년 3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고 영란은행도 16일 기준금리를 0.25%로 0.1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도 물가상승세가 심상치 않자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은도 내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16일 “금리 정상화를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며 “경기흐름, 물가와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기조는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내년 가계대출 총량관리가 더 강화되면서 은행들이 빠르게 대출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올해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강화하면서 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가산금리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금융당국이 결정한 올해 가계대출 목표치는 5~6%대였지만 내년엔 4~5% 수준으로 더 축소된다.

전문가들은 요즘처럼 금리가 급변하는 시기일수록 어떤 코픽스 기준 상품을 선택할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 소비자들은 보통 은행에서 변동금리형 주담대 대출을 받을 때 기준금리를 ▲신규취급액 코픽스 ▲신잔액 코픽스 ▲신용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이때 어떤 기준금리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변동 주기가 돌아올 때마다 대출금리 변동폭이 달라지게 된다. 예컨대 신잔액 코픽스를 선택했다면 6개월 후 금리가 바뀔 때는 6개월간 신잔액 코픽스 변동폭대로 금리가 오르거나 내린다.

신규취급액 코픽스는 은행들이 그달에 새로 취급한 정기예·적금 같은 수신상품 금리와 금융채 발행 금리로 산출된다. 그만큼 수신금리와 시장금리 변동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신규취급액 코픽스의 오름폭이 큰 이유다. 반면 잔액 코픽스는 새로 모집한 자금 외에도 과거에 모집한 자금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그만큼 시장금리가 더디게 반영되고 변동 폭도 상대적으로 작다. 더욱이 신잔액 코픽스는 금리가 사실상 제로(0)에 가까운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예금도 포함해 계산하는 까닭에 통상적으로 가장 낮게 산출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런 각기 다른 특성 때문에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의 변동 폭이 가장 크고 신잔액 기준 코픽스의 변동 폭은 가장 작다. 요즘과 같이 금리 급상승기에는 신잔액기준 코픽스가 가장 유리할 수 있다. 최근 은행에서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상품이 자취를 감춘 이유다. 한 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으로는 잔액 기준 코픽스가 신규취급액 기준보다는 변동폭이 작고 시장금리 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기 때문에 금리가 빠르게 오를 때는 변동금리 상품 중에선 신잔액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는 게 향후 인상폭을 줄일 수 있다”면서도 “금리 방향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상황에 맞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주담대 등 대출상품 금리가 코픽스에 의해서만 좌우되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코픽스는 지표일 뿐 은행들이 상품 취급비용 등을 감안해 자체적으로 산정하는 가산금리, 본점이나 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가감조정금리 등이 최종적으로 더해진 결과물이 금융 소비자들의 체감금리다. 금융채 금리가 최근 하락하면서 신한·하나은행 등에선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은 ‘금리역전’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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