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 해’인 2022년의 주식시장은 ‘공룡기업’들이 연달아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70조원대의 몸값을 자랑하는 LG에너지솔루션(엔솔)을 시작으로 현대엔지니어링(6조원대)과 쓱(SSG)닷컴(10조원대)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잇따라 IPO에 나설 예정인 만큼 ‘돈줄 죄기’ 등 대형 악재에 짓눌려 3000선을 오르내리는 증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지난해 역대급 IPO 규모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치도 높아지고 있다.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신규 상장주들은 꿋꿋하게 양호한 성과를 기록한 만큼 투자자들의 공모주 시장 참여 열기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기준 2020년 신규 상장 종목 109개 중 95개 종목이 공모가 대비 상승 마감했고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60.6%를 기록했다. 이 덕분에 시장에서는 올해 IPO를 통한 공모 규모를 사상 최고치인 지난해의 20조원을 뛰어넘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신규 상장이 거론되는 예상 기업가치 1조원 이상 기업 수는 13개로 지난해 11개를 웃돌고 이 중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에 도전하는 초대형 기업은 5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연합뉴스]
[사진 = LG에너지솔루션 제공/연합뉴스]

선두주자는 LG그룹 계열 LG화학의 자회사인 LG엔솔이다. 증권가 소식에 따르면 LG엔솔은 오는 27일 코스피에 첫 발을 내딛는다. LG엔솔은 11~12일 기관 수요 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산정한다. 희망 공모가는 25만7000∼30만원이다. 공모예정 금액은 최소 10조9225억원에서 최대 12조7500억원이다. IPO로 최소 10조원 이상의 실탄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2010년 삼성생명이 기록한 기존 코스피 최대 공모금액 4조8881억원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이 60조~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본다. 공모가 상단 기준 시가총액 70조원이 된다면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3위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국내 코스피 1위는 삼성전자(467조4340억원), 2위는 SK하이닉스(95조3683억원)다. 국내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청약은 오는 18~19일 이뤄진다. 국내 청약 주관사는 모두 7곳으로 전체 공모 물량 가운데 30%가 일반 청약자에게 배정된다고 가정할 경우 모두 1020만주가량이 일반 청약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현대건설의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LG엔솔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2월 상장을 목표로 하는 현대엔지니어링의 예상 기업가치는 4조~6조원대로 건설 대장주 자리를 노린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6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같은 달 10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공모주식 수는 1600만주이며 이 중 구주매출은 75%에 이른다. 현대글로비스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모두 1200만주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최대주주인 현대건설은 구주매출을 하지 않을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5만7900~7만5700원이며 상단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6조500억원이다. 현재 건설업종 시가총액 1위인 현대건설의 시총은 5조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25~26일 기관 투자자의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뒤 오는 2월 3~4일 일반 청약을 받기로 했다. 상장 예정일은 2월 15일이다.

신세계그룹의 e커머스(전자상거래) 계열사 쓱닷컴은 상장 후 목표 기업가치를 8조~10조원으로 기대한다. 신선식품 배송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쓱닷컴은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쓱닷컴은 2018년 해외 투자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면서 2023년까지 상장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는데 자금조달을 위해 이보다 상장 시기를 1년 앞당기게 됐다.

CJ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영도 상장 준비에 나섰다.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상장 주관사를 맡았다. CJ그룹의 뷰티·헬스 제품 유통을 담당하는 CJ올리브영은 헬스&뷰티(H&B) 스토어 국내 1위다. 2020년 말 진행된 프리 IPO에서 1조8000억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 13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반기 중 코스피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분율 74%를 확보한 최대주주다. 시장에선 현대오일뱅크의 시가총액을 10조원 수준으로 점친다.

[사진 = 현대엔지니어링 제공/연합뉴스]
[사진 = 현대엔지니어링 제공/연합뉴스]

이 같이 올해도 대어들의 상장 러시가 이어지며 IPO 시장은 뜨거운 열기를 띨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올 한해 IPO 공모금액이 3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수립된 20조원의 사상 최대 기록보다 10조원가량 많은 규모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지난해 코스피 IPO 공모금액은 17조2000억원 수준으로 종전 최고치인 8조8000억원(2010년)을 넘어섰다. 코스닥 IPO 공모금액 역시 3조6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올해 IPO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는 이유는 여전히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은 64조4712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연초(68조원)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6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태동 HN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상승에 따른 차입비용 증가와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규제 등이 대출을 활용한 공모주 청약에 따른 기대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경기 정상화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의 증시 참여 확대에 힘입어 공모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선 공모기업과 주관사들이 신중하게 적정 몸값을 책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엔 기대 IPO 기업이었던 크래프톤과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이 고평가 논란에 휩싸인 끝에 상장 첫 날 ‘따상’(공모가 대비 2배의 시가 형성 후 상한가로 거래 마감)에 실패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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