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카카오페이 경영진 ‘먹튀’와 쪼개기 상장,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있는 데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시그널과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강화 방침 등 외부환경마저 크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 공동대표 내정자인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 10일 카카오페이 지분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먹튀’ 논란이 확산되는 바람에 결국 자진 사퇴했다. 류 대표가 지난해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상충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스톡옵션을 행사한지 한 달 만이다. 그는 임기가 오는 3월까지인 카카오페이 대표직을 유지한다. 류 대표와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CSO) 등 임원 8명은 앞서 상장 한 달여 만에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도했다.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을 통해 취득한 카카오페이 주식 44만주(900억원 규모)를 내다판 것이다. 류 대표가 현금화한 매각대금은 모두 469억원으로 추산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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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스톡옵션 주식매각이 법적 문제는 없지만 책임경영 윤리와 고객·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불렀다. 특히 상장사 경영진이 한날에 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사례가 처음인 데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한지 40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 그것도 코스피200에 편입된 첫날 이뤄졌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컸다. 호재를 두고 경영진들이 앞다퉈 보유주식을 대량 매각하는 바람에 ‘먹튀’라는 비판이 나왔다. 류 대표는 카카오페이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할 계획이다. 그가 스톡옵션을 전량 행사해 매각하면 1200억원 규모를 챙기게 된다. 카카오페이 측은 “류 대표의 거취나 남은 스톡옵션 48만주에 대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류 대표와 신 부사장은 지난 4일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취득한 주식을 대량 매각한 것에 대해 사과했지만 오히려 파장은 커졌다. 사과문 내 주가하락에 따른 구체적인 보상 계획이 담기지 않아 주주들의 반발을 키운 것이다. 지난달 9일 20만8500원이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의 매각 소식이 알려진 같은 달 10일부터 3일 연속 14.3% 폭락했다. 올 들어서도 하락세를 타던 주가는 지난 10일 15만원선도 깨지며 14만8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던 시점에서 경영진의 기회주의적 행태로 주가가 폭락했고, 이에 대한 피해가 주주에게 온전히 전가된 만큼 비난을 피할 수 없다”며 “이번 사태는 향후 대형 기업공개(IPO) 종목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을 키우고 시장의 신뢰도를 훼손하는 안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미용실이나 네일숍, 영어교육, 스크린골프 등 전방위로 사업 영역을 넓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카카오는 관련 사업에서 철수하고 3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상생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에는 지난 10년 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기금운용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쪼개기 상장’ 논란도 일으켰다. 지난해 8월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상장한데 이어 11월 금융서비스 기업인 카카오페이를 상장한 것이다. 올해도 쪼개기 상장은 계속 이어질 거승로 전망된다.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동호출 서비스인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8년에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상장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카카오와 같은 거대 상장기업의 자회사 쪼개기 상장은 주주 간 이해상충 등의 문제로 인해 미국과 일본에서는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모회사의 기업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회사에 투자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탓이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는 2020년 4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해 자회사 NTT도코모의 지분을 모두 사들여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고 상장폐지를 하기도 했다.

[이미지 = 카카오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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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와중에 나온 미국의 금리 조기인상 예고와 정부의 빅테크 규제 강화 움직임도 카카오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주가는 이틀 연속 급락하며 10일 9만6600원으로 거래를 마쳐 10만원선이 깨졌다. 카카오 주가의 최근 급락은 지난 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 금리 인상, 양적긴축 시사와 같은 매파적 행보를 보인 탓이 크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사흘 연속 급락하며 1만5000선이 붕괴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리 인상은 기술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된다. 테크 기업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한 할인율이 커지고 투자자금 조달 비용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방침도 악재다. 구글이 넥슨 등 국내 게임사에게 경쟁 앱 마켓에는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건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고 심의를 앞둔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구글,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기업들이 입점업체 및 소비자를 상대로 벌인 불공정행위에 대해 강력히 제재할 것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여당 대선 후보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강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적어도 대선까지 카카오에 대한 투자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호재도 있다. 카카오 주요 자회사들이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글로벌 콘텐츠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까닭에 회복 모멘텀은 살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예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카카오가 3년 내 글로벌 스토리 거래액을 3배로 성장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올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며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가맹택시 확대, 주차장을 비롯한 신사업 성장 등으로 지난해엔 연간으로 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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