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준금리를 5개월 동안 0.75%포인트 끌어올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연 6%대,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연 5%대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2%대에 불과했던 전세대출 금리는 머지않아 5%대로 2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1.25%로 조정했다. 지난해 8월26일과 11월25일에 이은 세 번째 금리인상으로 6개월도 안 된 기간에 0.75%포인트가 오른 것이다. 추가 금리인상도 예고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금리를 올렸지만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 추가 금리인상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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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빚을 내 집을 거래한 4명 중 3명은 변동금리로 받은 만큼 이들이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75.5%가 변동금리형이다. 예고대로 올해 두세 차례 추가로 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는 급속히 뛸 것으로 예상돼 빚이 있는 가계들이 느끼는 이자부담은 더 클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시장금리는 통상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전부터 반영돼 움직이고 있고, 이 같은 흐름은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에 반영된다. 코픽스는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IBK기업·SC제일·씨티 등 국내 8개 은행이 시장에서 조달하는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주택부금,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8개 수신상품 자금의 평균 비용을 가중평균해 산출된다. 이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지난 한 달간의 시장금리 인상분이 반영돼 코픽스가 추가로 오르면 은행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도 또 오르게 되는 식이다.

지난해 11월 코픽스는 1.55%로 전달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2010년 2월 코픽스 공시가 시작된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17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코픽스도 상승폭이 컸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코픽스는 11월보다 0.14%포인트 높은 1.69%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과 11월의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대폭 올린 까닭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 효과는 오는 2월 발표되는 코픽스부터 반영된다.

은행들은 이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무섭게 올리고 있다. 14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금리 3.75~5.51%, 변동금리가 3.57~5.07%다. 상단 밴드가 5%를 넘어섰고 고정금리는 6%대를 바라보고 있다. 202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2년도 채 안 돼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최저 3.13~4.73%다.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시장금리를 따라 수시로 움직이고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면 부동산·주식 등 자산에 투자한 ‘영끌족’과 ‘빚투족’ 뿐 아니라 전세금 대출자들의 속이 타들어간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했지만 전세대출 금리가 역대급으로 낮아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입자들의 부담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금융권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전세대출 금리가 5%대로 뛸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 3.38~4.78%로 5%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6월 2.30~3.84%였던 전세대출 금리는 불과 6개월 사이에 1%포인트 급상승해 이자부담이 많게는 2배 넘게 늘었다. 예컨대 전세보증금 2억원을 5%의 전세대출로 조달할 경우 내야 하는 연간 이자비용은 약 10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2% 금리였을 때 연간 부담금 약 400만원이었다. 세입자가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이 지난해 33만원이었다면 올해는 약 83만원으로 불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까닭에 대출이자가 집주인에 내야 하는 월세를 추월했다. 지난 11월 기준 서울의 전월세 전환율은 4.7%다. 예를 들어 2억원의 전세보증금을 100% 월세로 바꾼다면 세입자가 집주인에 내야 하는 돈은 연간 940만원이다. 월세로는 약 78만원이다. 은행에 갚아야 하는 83만원보다 집주인에게 내야 하는 월세가 5만원가량 싸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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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세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이 우려되고 있지만 실수요자 부담을 낮출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데에 있다. 초저금리 시기 가계 빚의 절대 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부담이 대출금리 인상분 이상으로 커진 데다 주택담보대출처럼 고정금리로 전환하거나 신용대출처럼 손쉽게 중도상환을 할 수도 없는 탓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2%대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체감 이자는 1.5배 늘어난다”며 “계약갱신청구권이 처음 적용된 주택의 재계약 시점이 도래하는 올해 하반기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런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신용위험도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잇단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대출 이자부담이 증가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금융소비자들의 상환 여력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탓이다.

한은이 내놓은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올 1분기 종합 신용위험지수는 16으로 지난해 4분기(11)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금융소비자별로 보면 중소기업(12→18)과 가계(12→15)를 중심으로 신용위험도가 커진데 비해 대기업(3→0)은 오히려 감소했다. 한은은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대출태도, 대출수요에 대한 설문 응답을 가중평균해 지수를 산출한다. 신용위험지수가 플러스면 신용위험 증가를 의미하며, 향후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금융기관이 더 많다는 뜻이다. 기준치는 ‘0’이며 100과 -100 사이에 분포한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해 12월 13~31일 국내은행 17곳 등 은행권과 비은행권을 포함한 203곳의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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