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식물가가 24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외식물가 조사대상 39개 품목이 모두 오른 데다 당분간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가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3월 외식물가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6.6% 올랐다. 1998년 4월(7.0%) 이후 23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외식 39개 품목 모두 올랐다. 갈비탕(11.7%)의 상승률이 가장 높다. 죽(10.8%)과 햄버거(10.4%), 생선회(10.0%)도 전년보다 10% 이상 상승했다. 남녀노소가 즐겨 먹는 짜장면(9.1%)과 김밥(8.7%), 짬뽕(8.3%), 치킨(8.3%), 라면(8.2%), 설렁탕(8.1%), 떡볶이(8.0%), 칼국수(6.9%), 돈가스(6.6%)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고기류 상승률은 소고기(8.1%)와 돼지갈비(7.8%), 삼겹살(6.6%), 불고기(6.1%), 스테이크(5.5%) 등의 순으로 높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를 밑도는 외식품목은 삼계탕(3.9%)과 구내식당 식사비(3.3%), 맥주(3.2%), 해물찜·소주(각 2.8%), 기타 음료(2.4%) 등 6개 품목에 그쳤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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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별 외식물가 상승률은 인천이 7.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경남(7.1%)과 강원(7.0%), 대전·경기·경북(각 6.9%), 대구(6.8%)도 전국 평균 상승률(6.6%)을 웃돌았다. 상승률은 해당 지역의 물가변동을 보여주는 지표로 상승률이 높다고 해서 다른 지역보다 외식물가가 비싼 것은 아니다. 제주와 서울은 각각 6.3%, 6.2% 올랐다. 외식물가 상승률이 비교적 낮은 지역은 충남(5.5%), 광주(5.6%), 세종(5.8%) 등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하는 외식물가 상승률도 이와 비슷하다. 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가격은 8115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8000원선을 돌파했다. 1년 전(7462원)보다 8.8% 올랐다. 냉면 1인분의 가격은 1년 새 9.7% 오른 9962원을 기록했다. 소비자원이 선정한 8대 대표 외식품목 가운데 이들 품목 외에 김치찌개 백반·비빔밥·삼겹살·짜장면·삼계탕·김밥 등의 가격도 모두 상승했다. 삼겹살·삼계탕을 제외한 6개 품목이 1년 새 5% 넘게 올랐다. 참가격에 표시되는 외식물가는 도심뿐 아니라 외곽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당 가격도 조사해 평균을 구한 값인 만큼 직장인의 체감물가보다는 가격이 낮은 편이다.

외식물가가 치솟는 것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외식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데다 가공식품 등 식자재 가격과 배달료 인상으로 원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사람들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배달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소비가 이전되는 측면이 있다”며 “수요회복과 원가상승이 외식물가 상승의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거리두기 완화에 따라 추가적인 수요가 상승할 것으로 보여 외식물가는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외식가격은 농축수산물 등과 달리 하방 경직성이 있어서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리지 않는 데다 추가 상승요인도 적지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천 부연구위원은 “식료품가격도 계속 오르고 있는데 생산자가 재고 소진 후 새로 식자재를 구매할 때 부담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방역제한 완화도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상승요인이 아직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년 만에 4%대를 돌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여파가 실물경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확대하는 등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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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지난 5일 내놓은 ‘3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4.1% 올랐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3.2%) 3%대로 올라선 뒤 11월(3.8%), 12월(3.7%), 올해 1월(3.6%), 2월(3.7%)까지 5개월 동안 3%대를 유지하다가 지난달 결국 4%를 넘어섰다. 소비자물가가 4%대 상승률을 보인 것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3.1%)의 대폭 상향 조정을 시사했다.

지난달 물가상승의 주요인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석유류는 31.2%나 치솟았고 가공식품을 아우른 공업제품은 6.9% 상승했다. 휘발유는 1년 전보다 27.4%, 경유 37.9%, 등유는 47.1% 각각 급등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 달 물가상승폭 확대는 대부분 석유류 오름세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물가는 3.1% 올랐는데, 개인서비스 중 외식이 6.6% 상승했다. 1998년 4월(7.0%) 이후 상승률이 최고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3% 올랐다. 근원물가 역시 2011년 12월(3.6%) 이후 최대 오름폭이다.

물가상승률이 4%를 돌파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의 고유가 기조가 본격 반영된 탓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엎친데 덮친 격’이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기존 전망치(3.1%)를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물가관리를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연 2.0%대까지 끌어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물가상승이 가팔라지자 정부는 기름과 원자재가격 대응을 중심에 둔 물가안정대책을 내놨다. 대표적인 게 유류세 인하 폭을 20%에서 30%로 확대한 것이다. 시행기간은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이다. 이번 조치로 1일 40㎞, 연비 10㎞/ℓ 주행시 휘발유 기준 3만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유류세 20% 인하 때보다 비용부담이 1만원 줄어든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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