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올해 1분기(1~3월)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대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의 순이익을 합치면 4조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이들 금융지주에 소속된 은행 4곳의 이자이익은 9조원을 넘어섰다.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로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기업들의 수익성도 나빠지고 있는데 금융지주들만 나 홀로 호황을 누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합계 순이익은 4조6399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순이익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분기(3조9680억원)보다 16.9% 폭증했다. 최대 실적을 거둔 곳은 KB금융지주로 순이익이 1조4531억원에 이른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다. 지난해 1분기보다 14.4% 급증했다. 신한금융지주도 17.5% 늘어난 1조4004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금융지주는 은행과 카드사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을 지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8.0% 증가한 9022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들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과 증권 계열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분기 기준 가장 많은 8842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저금리 기조 속에 대출자산이 급증하면서 지난해 사상 최대인 14조원대 순이익을 낸 4대 금융지주가 올 들어서는 금리상승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잔치를 벌인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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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의 사상 최대 실적 내용을 뜯어보면 은행이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로 벌어들인 이자이익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KB금융지주는 1분기 이자이익이 2조648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8.6%(4150억원), 신한금융지주는 2조4876억원으로 17.4%(3694억원) 늘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이자이익도 각각 전년보다 17.3%, 18.5% 증가한 2조203억원과 1조 9877억원에 달했다. 4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만 9조1796억원에 이른다. 한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린 까닭이다.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첫 금리인상 때 6일이나 걸렸던 예·적금금리 인상 결정은 최근 1~4일로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인상률 또한 이전에 비해 커졌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하루 만인 15일에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5~0.4% 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도 나흘 뒤인 19일에 정기 예·적금 금리를 최고 0.30%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예·적금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더라도 수익성이 악화될 일은 없다. 오히려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금리추이를 보면 금리 인상기엔 예대금리차가 더 커지고 금리하락기엔 예대금리차가 작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예·적금 금리는 주로 기준금리 인상 후 ‘찔끔’ 올라가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 리스크, 은행마진 등을 반영해 더 크게 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2월 1.55%포인트에서 지난 2월 1.86% 포인트로 9개월 만에 가장 큰 격차를 나타냈다. 물론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대출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4대 금융지주에 속한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선제적으로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적금 금리는 상대적으로 작게 올려 이자이익을 크게 늘린다는 비난이 거세지는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대금리차가 은행 수익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반대하지만 새 정부가 계획 중인 예대금리차 공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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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대출금리의 추가인상 역시 정해진 수순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연 3.420∼5.342%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를 18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3.710∼5.070%)보다 상단이 0.272% 포인트 오른 것이다. 한은이 올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2%대까지 끌어올릴 경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3년 만에 7%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은이 치솟은 물가와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 등을 감안해 연내 기준금리를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높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빚을 더 진 소상공인이나 집값 마련을 위해 급한 돈을 빌린 사람들의 이자부담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전달 대비 2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자폭리 비판을 우려한 4대 금융지주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카드를 꺼내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KB금융지주는 분기배당을 도입하고 1분기 주당 500원의 배당을 시행한다. 신한금융지주는 1분기 배당금을 주당 400원으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내년 주주총회에서 분기배당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중간배당 기준일을 6월30일로 명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주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고, 신한금융지주도 이달 중 자사주 1500억원 매입과 소각을 완료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2월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4대 금융지주가 1분기 실적을 22일 동시에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4대 금융지주가 같은 날 한꺼번에 실적을 발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보통 동종업계 기업들은 같은 날 실적을 내놓는 것을 꺼린다. 언론과 시장의 시선이 분산돼 홍보효과가 떨어지는 탓이다.

실적발표를 언론의 주목도가 가장 낮은 ‘금요일’로 택한 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금요일 제작되는 토요일자 신문은 평소보다 지면이 적은 데다 발행하지 않는 언론사들도 있다. 금요일 방송뉴스도 시청률 역시 낮다. 이를 간파한 정부나 기업은 불리한 내용을 금요일에 쏟아내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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