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 투자자들이 벌벌 떨고 있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매수할 때 적용하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신용거래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반대매매를 당하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하고 국내 증시는 단기간에 반등하기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빚투 투자자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9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26일까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하루 평균 167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79억원)에 비해 무려 211% 이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136억원)보다도 많다. 미수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투자자의 주식을 증권사가 담보로 잡고 있다가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임의로 주식을 내다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반대매매 규모는 지난 3월 148억원을 기록한 이후 4월 156억원, 5월 17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거듭하면서 투자자들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한 탓이다. 코스피지수는 30일 종가기준 2669.66으로 올들어 10.7% 떨어졌고, 코스닥지수는 886.44로 14.1% 하락했다.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모두 신저가(新低價) 경신이 잦아진 점도 반대매매 증가를 부채질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미수거래 투자자들은 자신이 보유한 투자원금 이상의 주식거래를 하는 까닭에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일반 거래보다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 주식을 다 팔아도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 계좌’로 전락할 수도 있다. 반대매매 후 남아 있는 미수금액에 대해서는 연체 이자도 물어야 한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의 하락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급락 때 소위 ‘패닉 셀링’(공황 매도)에 나서면서 낙폭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하락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빚투를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는 26일 기준 21조6651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중반까지 10조원 수준을 유지했으나 이후 급증해 지난 15개월 동안 20조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있다. 시장에선 신용잔고비율이 높은 종목에 투자할 때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잔고비율은 신용으로 매수한 주식 수를 전체 발행주식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증시 하락기에 낙폭이 더 커질 수 있어서이다.

특히 한은이 금리를 연 1.75%로 인상하고 2∼3차례의 추가인상을 시사하는 등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가 반대매매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2~3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단기적으로 지수의 반등은 쉽지 않다”며 “특히 주가가 급락할 때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도 “빚투가 몰린 일부 개별 종목에서 반대매매가 늘어나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면 반대매매가 급증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마진콜이 생길 정도로 시장이 급락할 때 반대매매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국내증시가 저점을 통과하는 상태인 만큼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반대매매가 쏟아질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마진콜은 증거금에 일정 수준 부족분이 발생했을 때 이를 보전하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도 “현재 증시는 저점을 지나고 있어 7~8월 반등하면 반대매매도 진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한은의 금리인상에 발맞춰 증권사들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속속 올리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와 DB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등이 6월 2일 신규 매수분부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일부 인상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융자 기간 7일 이내의 이자율을 연 4.75%로 0.25%포인트 올린다. 8∼15일(7.00%→7.25%)과 16∼30일(7.40%→7.65%) 이자율도 0.25%포인트씩 높인다. 지난 3월 구간별로 0.4∼1.6%포인트씩 이자율을 올린 지 3개월 만에 또 인상했다. 다만 융자기간 31∼60일, 71일∼90일, 91일∼300일은 각각 8.70%, 9.20%, 9.50%로 현재 이자율을 유지하기로 했다.

DB금융투자는 전 구간에 걸쳐 이자율을 0.20%포인트씩 인상한다. 91∼350일에 적용하는 이자율은 현재 9.51%에서 9.71%로 올라 10%에 바짝 다가섰다. 90일 이내 이자율도 5.18∼9.08%에서 5.38∼9.28%로 높아진다. 메리츠증권도 이자율을 0.10%포인트 올린다. 융자기간에 따라 이자율이 현재 5.81∼8.80%에서 5.91∼8.90%로 인상된다.

이자율을 이미 인상한 증권사도 많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3일부터 이자율을 0.25%포인트 올렸고, 대신증권도 지난달 6일부터 융자기간 8일 이상인 매수분에 대해 이자율을 0.50%포인트 인상했다. 교보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다올투자증권 등은 지난 4월에 이자율을 최대 0.20%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상승장을 이끈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고 각국이 통화긴축에 속도를 내면서 기준금리는 올해 연말에 2.25∼2.5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부분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최고 금리가 이미 9%대까지 오른 만큼 금리가 연내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들은 대개 신용융자 금리설정 때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금리 등을 기본금리로 한 뒤 여기에 가산금리를 얹는 방식을 취한다. 많은 증권사가 기본금리로 활용하는 CD 91일물 금리 역시 지난해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이전 연 0.77%에서 현재 1.96%로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저금리 기조에 많은 개인 투자자가 빚을 내 주식을 샀으나 이제 이자 부담과 하락장이 맞물려 신용거래에 대한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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