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중산층의 세부담을 낮추기 위해 과세표준(과표) 구간을 15년 만에 개편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으로 부과하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폐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에서 22%로 낮춘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2022년 세제개편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우선 소득세 하위 과표 구간을 조정해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2000년대 초반 2~3년마다 세율이나 과표를 조정해 물가상승에 따른 세부담을 완화했지만 지난 10여년간은 조정을 하지 않아 ‘자동증세’한다는 비판을 받은 까닭이다.

이에 따라 소득세 최저세율인 6%가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1200만원 이하에서 1400만원 이하로 확대된다. 연봉 3000만원(과표 1400만원)의 소득세액은 30만원에서 22만원으로 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로소득세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은 1400만~5000만원 이하로, 24% 세율 구간은 4600만~8800만원 이하에서 5000만~8800만원 이하로 각각 조정된다. 연봉 5000만원(과표 2650만원) 직장인은 세금이 170만원에서 152만원으로 10.6%, 7800만원(과표 50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은 530만원에서 476만원으로 5.9% 각각 줄어든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총급여 78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는 1인당 8만원에서 54만원까지 세금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다 식대 비과세 한도 확대(월 10만원→20만원) 등 다른 세제혜택까지 고려하면 직장인의 세부담은 최대 83만원까지 줄어든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높은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세 부담을 적정화하기 위해 소득세 하위 2개 과표 구간을 상향 조정해 세부담을 전반적으로 경감했다”고 밝혔다.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추가공제한도가 통합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는 총급여의 25%를 넘는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일정 부분 소득에서 공제해주는 것이다. 총급여 7000만원 기준 기본공제한도 300만원에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도서·공연 지출에서 각각 100만원씩 모두 300만원을 추가로 공제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개편안은 추가공제 항목별 한도를 없애고 도서·공연 사용분 대상에 영화관람료를 추가했다. 연봉 7000만원의 근로자가 대중교통에 200만원을 쓰고 책을 사는 데 100만원을 사용한다면 지금은 200만원 공제에 그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300만원을 모두 공제받을 수 있다.

종전 총급여 ‘1억2000만원 초과’에 해당하는 공제한도 구간을 없애고 ‘7000만원 초과’를 최고급여 구간으로 설정했다. 연봉 1억2000만원이 넘는 고소득자는 기본공제액 한도가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늘어난다. 고소득자는 소득세액공제 때 줄어든 세액공제액(30만원)을 상당부분 상쇄할 수 있게 됐다. 소득세 감면액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정부는 무주택자 세대주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최대 12%에서 15%까지 올리고 대학입학 전형료와 수능응시료를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추가하는 등 서민대상 세제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의 세액공제대상 납입한도도 200만원 상향되며 퇴직소득세 계산과정에서 근속연수공제를 확대해 세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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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녀장려금 지급대상을 확대하고 최대지급액도 인상했다. 근로·자녀장려금은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정부가 세입액 중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로 소득 및 재산요건에 따라 지급대상 및 금액을 결정한다. 정부는 해당 장려금의 재산요건을 종전 ‘2억원 미만’에서 ‘2억4000만원 미만’으로 인상하고 최대지급액은 10%가량 높였다. 이에 따라 근로장려금은 단독가구의 경우 15만원, 홑벌이 가구는 26만원, 맞벌이 가구는 30만원씩 지급액이 늘어나며 자녀장려금은 자녀 1명당 10만원씩 더 지원된다.

해외여행객에 대한 휴대품 면세한도도 높이기로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면세업계 경영악화 및 국민경제 여건변화 등을 고려한 조치다. 종전 600달러에 추가 술 1병(1ℓ·400달러 이하), 담배 200개비, 향수 60ml였던 면세한도에서 기본 면세액 200달러, 술 1병이 추가로 허용된다. 담배와 향수 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 적용기한은 2년 더 연장하고 노후소득 보장강화를 위해 연금저축 및 퇴직연금 세액공제대상 납입한도는 40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퇴직연금을 포함한 납입한도는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상향된다.

종부세·법인세 등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했던 징벌적 세 부담도 이전수준으로 되돌린다. 종부세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1.2~6.0%)을 폐지하고 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단일세율(0.5~2.7%)을 적용한다. 법인세율은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2% 수준으로 맞춰 경영활동에 숨통을 틔운다. 200억원 이하 기업에 20%, 200억원 초과 기업에 22% 세율을 적용한다. 특히 매출액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과표 5억원까지 10% 특례세율을 적용해 세부담을 더 낮춘다. 정부는 주식을 거래할 때마다 물리는 증권거래세를 현재 0.23%에서 2025년까지 0.15%로 인하하기로 했다. 내년과 2024년엔 0.20%로 0.03%포인트 인하한 세율을 적용한다. 

하지만 법 시행까지는 ‘가시밭길’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인세·종부세 완화를 놓고 대기업·부자 감세라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탓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위 1%의 대기업이 법인세의 80% 이상을 납부한다”며 “(법인세 감면은) 부자감세라고 비판받았던 이명박 정부 정책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이번 개편안 시행자체가 불가능하다. 물가·금리가 치솟고 경기침체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세수 감소에 따른 재정부담도 걸림돌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감세란 방향 자체는 적절하다고 보지만 고물가, 미국발 ‘금리쇼크’ 등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세금감면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며 “규제혁파 등 구조적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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