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4대 금융지주들 사이에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뱅크’(1등 금융지주)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간의 3위 싸움도 가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9년 KB금융에 당기순이익 1위 자리를 내준 신한금융은 올 들어 순이자마진(NIM) 확대 속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신한투자증권의 사옥매각도 실적개선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3년 만에 KB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는 1조43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지난 7일 밝혔다. 지난해 3분기보다 28.8% 증가한 수치다.

반면 KB금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줄어든 1조2723억원의 순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신한금융의 순이익 예상치가 KB금융보다 1650억원가량 많다. 올해 2분기까지는 KB금융이 2조756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신한금융(2조7208억원)에 358억원 앞섰다. 하지만 3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반영하면 신한금융이 4조1581억원으로 KB금융(4조289억원)을 1292억원 차이로 제치고 1위 금융지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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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의 이 같은 실적 호전은 신한은행이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월 유치한 48조원 규모의 서울시금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금금리 인상으로 주요 은행 요구불예금 등 저원가성 예금이 이탈했는데도 신한은행은 시금고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덕분에, 3분기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이 전 분기보다 0.09%포인트 상승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2분기에도 82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업계 맞수인 KB국민은행(7491억원)을 앞섰다. 여기에다 신한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사옥매각 차익 3220억원이 3분기 신한금융 순이익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KB금융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신한금융은 그러나 디지털 부문에서는 KB금융에 밀리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확보고객’과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등 지표에서 모두 KB금융에 크게 밀렸다. 리서치 전문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실시한 ‘금융 플랫폼 기획조사’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은 확보고객 비율 32.7%를 기록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확보고객은 금융소비자 행동 특성을 반영해 개발된 지표로 일상생활에서 특정 앱을 필수적·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의 수를 반영한다. 이에 비해 신한은행 뱅킹 앱 쏠(SOL)은 4위(23.6%)에 그치며 KB스타뱅킹과 9.1%포인트 격차가 벌어졌다. 신용카드 앱의 경우에도 KB국민카드(5위·22.3%)가 신한플레이(6위·21.1%)에 신승을 거뒀다.

KB국민은행의 디지털 부문 약진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서도 나타난다. MAU는 특정 앱에 최소 월 1회 이상 접속한 이용자 수다.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KB스타뱅킹 MAU는 1131만명으로 신한 쏠(887만명)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KB스타뱅킹은 1043만명에서 1131만명으로 90만명 가까이 늘어났지만 신한 쏠은 되레 899만명에서 887만명으로 이용자 수가 감소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주주가치 제고 부문에서도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금융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일관된 분기 배당을 했고 자사주 매입 소각도 지속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3분기 보통주 1주당 400원을 배당하기로 의결했다. 이와 함께 1500억원(429만7994주)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자사주 취득예정 기간은 내년 1월 6일까지이다. 신한금융 측은 이번 자사주 취득 및 소각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는 주주환원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의 한 관계자는 “총주주환원율의 점진적 상향을 목표로 자사주 매입·소각 및 분기 배당의 정례화를 지속해서 추진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올 들어 1분기부터 보통주 1주당 400원의 분기 배당을 하고 있다.

연초부터 분기당 500원의 현금배당을 하고 있는 KB금융도 3분기 실적이 나오는 이달 말쯤 이사회를 열고 분기 배당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여분의 자사주를 매입해 둔 KB금융은 필요하면 언제든 소각에 나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 주주환원 정책은 두 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CEO)의 전략적 판단이 담긴 조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중장기적 배당성향 30%를 조기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총주주환원율 30%를 추구하며 시장 기대에 충족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두 회사가 주주 환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 달래기 차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은행주는 연말이 다가와도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가파른 금리상승이 오히려 신규 대출확대를 방해하며 실적부진 우려가 커진 탓이다.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 적립 및 예대마진차 관리요구를 지속하고 있는 점도 은행주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은행의 실적부진과 비용증가가 이어질 때 배당금 확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 출범 이후 만년 4위였던 우리금융이 하나금융을 따라잡을지도 흥밋거리다. 우리금융은 2분기까지 1조761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나금융(1조7274억원)을 340억원 차이로 앞섰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증권·보험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관련 계열사가 없는 점이 우리금융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하나금융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9848억원으로 우리금융(8654억원)보다 1000억원 이상 많은 만큼 최종 승부는 4분기 실적에서 판가름난다.

하나금융으로서는 증권과 카드 등 비(非)은행 계열사의 실적 회복이 관건이다. 하나증권과 하나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49.6%, 16.5% 줄었다. 하나은행이 환율변동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외화부채가 늘어난 탓에 환율이 오르면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데 3분기 원·달러 환율은 100원 이상 상승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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