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가 70만명 넘게 증가했지만 증가폭은 4개월 연속 줄어드는 등 둔화세도 뚜렷하다. 특히 고물가·고금리, 경기둔화 등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용 호조세마저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만7000명 증가했다. 9월 기준으로 1999년 9월(93만5000명) 이후 23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하지만 실제로 계절적 요인을 제거하고 산출한 9월 계절조정 취업자 수는 전달 대비 2만2000명이 줄어들면서 석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취업자 증가세는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연속 이어졌다. 하지만 증가폭은 5월 이후 6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 8월 80만7000명으로 각각 줄어든 데 이어 9월까지 넉 달 연속 감소했다. 올들어 국내 취업자 증가 폭은 1~2월 100만명을 웃돌다가 3월 83만1000명으로 위축했다. 이후 4월(86만5000명)과 5월(93만5000명)에 확대되다가 6월부터 둔화세로 돌아섰다.

[사진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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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로는 남자가 1603만5000명으로 33만8000명(2.2%), 여자는 1235만4000명으로 36만8000명(3.1%)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45만1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10명중 6명은 60세 이상이었다는 뜻이다. 반면 40대 취업자는 금융·보험업, 건설업 중심으로 1만7000명 줄어들면서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30대와 50대는 각각 9만1000명, 16만6000명 증가했지만, 20대 취업자는 1만6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층 중심으로 취업자가 늘어나고, 청년층 증가세는 둔화하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22만7000명(5.3%),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 11만7000명((4.3%), 숙박·음식점업이 9만4000명(4.5%) 증가했다. 협회 및 단체·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 2만5000명(-2.1%), 도·소매업 2만4000명(-0.7%), 금융·보험업은 2만4000명(-3.1%) 감소했다. 직업별 취업자를 1년 전과 비교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26만명(4.6%), 서비스 종사자 18만8000명(6.0%), 사무 종사자가 12만3000명(2.6%) 늘어났다. 반면 판매 종사자 8만4000명(-3.0%), 기능원 및 관련 기능종사자는 6만3000명(-2.6%) 줄어들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근로자는 81만6000명(5.4%) 증가했다. 임시근로자 12만명(-2.4%), 일용근로자는 11만4000명(-9.4%) 감소했다.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 비중은 55.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포인트 상승했다.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8만7000명(2.0%),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9만6000명(7.5%) 증가했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5만9000명(-5.6%) 줄어들었다.

취업시간별로는 통상 전일제 근무자로 간주되는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234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870만1000명 감소했다.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다.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559만명으로 934만4000명 급증했다. 9월 기준으로 2011년(1583만 9000명)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취업시간이 1∼17시간인 단기 근로자는 251만명으로 같은 기간 기준 통계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36시간 미만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데에 대해 “9월 추석 연휴와 대체공휴일이 포함돼 주당 취업시간이 감소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9월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작년 같은 달보다 1.4%포인트 올라 1982년 7월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619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9만5000명(-3.0%) 줄어들었다. 비경제활동인구는 만 15세 이상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할 의사가 없이 쉬고 있다는 뜻이다. 전업주부와 연로자, 취업준비자, 진학 준비자, 구직 포기자 등이 대표적이다. 비경제활동인구를 활동상태별로 보면 연로의 경우는 6만2000명(2.6%), 심신장애가 2만4000명(5.5%) 증가했다. 쉬었음이 9만5000명(-4.1%), 육아가 18만명(-16.0%) 감소했다. 취업준비자도 75만1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만1000명(-12.9%) 감소했다.

지난달 실업자 수는 7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5만2000명(-6.9%) 감소했다. 실업률은 2.4%로 같은 기간 0.3%포인트 떨어졌다. 집계 기준이 변경된 1999년 6월 이래 9월 기준으로 최저치다. 다만 청년층(15∼29세)에서는 실업자가 1년 전보다 3만5000명 늘어나고 실업률도 6.1%로 0.7%포인트 올랐다. 대기업 채용을 앞두고 청년층이 구직 활동에 나서면서 실업률을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1년 전과 비교한 취업자 수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기 하방위험이 커지고 있는 까닭에 취업자 증가폭이 둔화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고물가 지속과 금리 인상, 수출증가세 둔화 등 고용시장을 냉각시킬 요인이 4분기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올해 고용호조에 따른 기저효과 등이 작용하면서 취업자 증가 폭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고용동향 발표 당일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고용률 등 전반적인 지표는 여전히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취업자 증가 폭은 소폭 둔화하며 경기둔화 우려가 일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제 전반이 안 좋은데 고용시장까지 흔들리면 타격이 매우 크다. 정부가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청년층과 40대 고용을 늘릴 방안을 내놓고 기업투자를 끌어낼 규제 개선과 고용 인센티브 제시, 노사 협력에도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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