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연 5%선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 역시 9~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15%를 기록했다. 한 달 사이 0.39%포인트나 올랐다.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12년 7월(5.2%) 이후 10년 2개월 만이다. 증가폭도 전달(0.23%포인트)보다 소폭 확대됐다.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해 6월부터 16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79%로 전달보다 0.44%포인트 올랐다. 2012년 5월(4.85%)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다. 상승폭도 2002년 2월(0.49%포인트) 이후 가장 크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등 지표금리가 0.44%포인트 오른 탓이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전달 6.24%에서 6.62%로 0.38%포인트 상승했다. 2013년 3월(6.62%)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은행채 금리 등 장단기 지표금리가 상승한 게 원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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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코픽스(신규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44%포인트 상승한 3.40%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기록한 역대 최대 월간 상승폭(0.52%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코픽스는 8개월 연속 오름세가 이어지며 2012년 7월(3.4%)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코픽스지수 자체도 높아졌지만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는 모습이다. 코픽스는 매달 15일 공시하는 만큼 8월, 9월 금리가 모두 영향을 미쳤다. CD(91일물)는 3.01%로 전달보다 0.22%포인트 올랐다. 은행채 5년물은 4.50%로 전달(3.81%) 보다 0.69%포인트 뛰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운데 9월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은 24.0%로 8월보다 0.5%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보금자리론 등 고정금리 적용 정책모기지 상품의 신규 취급액이 줄어들면서 고정금리 비중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 금리는 전달보다 0.2%포인트 오른 연 4.66%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인 2013년 12월(4.67%)에 바짝 다가선 수치다. 대기업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15%포인트 상승한 4.38%,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22%포인트 오른 4.87%를 각각 기록했다. 예금은행의 전체 대출금리는 전달보다 0.19%포인트 높은 4.71%로 집계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각각 2013년 12월(4.43%), 2014년 1월(4.8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기관 대출금리는 상호저축은행이 0.42%포인트 상승한 11.04%로 집계됐다. 2019년 7월(11.03%) 이후 3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신용협동조합은 0.17%포인트 오른 5.43%, 상호금융은 0.22%포인트 상승한 4.88%, 새마을금고는 0.22%포인트 오른 5.34%를 각각 기록했다. 가계와 기업 대출금리 모두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한 전체 대출 평균금리는 전달보다 0.19%포인트 상승한 4.71%로 집계됐다. 2013년 4월(4.73%)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9월엔 한은의 7월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8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등 기준금리 상승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저축성 수신금리도 큰 폭으로 올랐다.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예금) 평균금리는 0.4%포인트 오른 연 3.38%로 집계됐다. 2012년 7월(3.43%)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다. 기준금리 상승과 예대금리차 공시로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린데 따른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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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정기예금 등 순수 저축성 예금금리(3.35%)가 1개월 만에 0.44%포인트나 뛰었다. 2012년 7월(3.43%) 이후 가장 높고 상승폭도 지난 7월(0.51%포인트) 이후 최대다. 정기적금 금리는 2.74%로 전달보다 0.18%포인트 올랐다. 시장형 금융상품 금리는 0.26%포인트 오른 3.49%를 기록했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기준금리 인상뿐 아니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 충족을 위한 수신 경쟁도 예금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은행들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33%포인트로 전달보다 0.21%포인트 줄어들면서 한 달 만에 축소 전환했다. 예대금리차 공시 등으로 은행들의 예금금리 오름폭이 전달 0.05%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은행들의 수익성과 연관된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46%포인트로 전달보다 0.03%포인트 확대됐다. 2014년 8월(2.47%포인트) 이후 8년 1개월 만의 가장 큰 확대폭이다.

은행 이외 금융기관 가운데 상호저축은행의 예금금리(1년 만기 정기예탁금 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3.77%로 한 달 새 0.19%포인트 올랐고 신용협동조합(3.66%), 상호금융(3.38%), 새마을금고(3.71%)에서도 예금금리가 높아졌다.

금리 인상 가속화에도 불구하고 변동금리 비중이 한 달 만에 다시 늘어났다. 가계대출 중 신규취급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전달(75.5)보다 0.5%포인트 늘어난 76.0%로 집계됐다. 잔액 기준으로는 전달과 같은 78.5%로 2014년 3월(78.6%)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다. 고정금리 정책모기지 신규취급이 축소된 것이 고정금리 대출비중 축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박 팀장은 “변동금리 비중이 다시 늘어난 것은 지난달 고정금리인 보금자리 정책 모기지 주택담보대출 취급이 줄어든 이유가 가장 크다”며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만 가능한데 수도권 등에선 현실성이 떨어지다 보니 정책 모기지 수요가 줄어들면서 고정금리 축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5%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도 전달 21%에서 37.7%로 대폭 증가했다. 2012년 6월(38.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가장 높다. 5.0~6.0% 미만이 25.8%, 6.0~7.0% 미만이 3.5%, 7% 이상이 8.4%였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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