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0만명에 가까운 취업자수 증가폭이 내년이면 10분의 1토막으로 줄어든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올해는 경기둔화에도 비대면 경제수요가 늘어나는 덕분에 ‘고용 있는 침체’가 나타났지만 내년에는 고용마저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가 내년 처음으로 취업자 감소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노동공급 부족’ 문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달 초 발간한 ‘최근 취업자 수 증가세에 대한 평가 및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취업자수는 8만4000명 증가하는데 머물러 올해 증가폭(79만1000명)의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KDI는 5월 경제전망 발표 당시 취업자수가 내년 12만명, 올해 6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내년 전망치는 낮추고 올해 전망치는 높인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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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재확산,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등 세계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둔화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최근 이례적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되면서도 실업률이 낮아 인력난이 심해지는 ‘고용 있는 침체’가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나타났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취업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70만7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2.4%로 1년 전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2.7%로 1982년 통계작성 이후 9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이 같은 현상은 과거 경제위기 때와 비교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용은 경기저점이던 3분기 이후 본격적으로 반등해 표준적인 고용회복 경로를 따랐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고용 없는 경기회복’ 현상을 보였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과거 경제위기와 비교하더라도 최근의 고용회복세는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며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실업률이 역대 최저수준을 기록하는 등 경기상황과 괴리된 견고한 노동시장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는 다양하다. 코로나19 재유행, 사회적 거리두기로 2020~2021년 일자리가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비교대상 수치가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 나타나는 통계 착시)가 크다는 게 주요인이다. 여기에다 비대면 경제가 확산하고 디지털경제 관련분야의 노동수요가 증가했으며, 의료·복지·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업종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KDI는 최근 고용확대에 가장 크게 이바지한 업종은 과학·기술 서비스업, 운수·창고업,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 등으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변화가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배달인력 수요도 늘어나고 디지털화 가속화로 정보기술(IT) 일자리도 증가했다.

[사진 = KB국민은행 제공/연합뉴스]
[사진 = KB국민은행 제공/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성장 없는 고용’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내년에는 소비증가로 대면 서비스업의 고용은 회복되지만 경기둔화로 제조업, 비대면 서비스업의 고용은 주춤할 것으로 KDI는 예상했다. KDI는 올해 고용호조에 따른 기저효과와 경기둔화, 핵심 노동인구(30~59세) 감소가 합해져 내년에는 취업자수 증가폭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만큼 취업자수가 올해 77만1000명에서 내년엔 10만2000명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KDI는 내다봤다.

저출산·고령화로 핵심노동인구(30~59세) 비중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핵심노동인구는 2012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미래 핵심노동인구인 청년층(15~29세) 비중 역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런 인구구조 변화는 내년에 처음으로 취업자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전체 경제활동인구수도 따라 증가해왔지만 내년부터 저출산·고령화로 젊은층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KDI는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다시 늘어나면서 15세 이상 생산가능인구가 증가해 취업자를 15만1000명 늘리는 효과를 내지만, 인구구성 변화는 고용률이 높은 핵심노동인구(30∼59세) 비중 급락 탓에 취업자를 16만9000명 감소시킬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취업자 감소(1만8000명)가 고용여건에 따른 취업자 증가 규모(10만2000명)에 악영향을 미쳐 전체 취업자수를 8만명대로 끌어내릴 것이라는 얘기다. 김 연구위원은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 수에 마이너스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내년이 처음일 것”이라며 “인구구조 변화는 향후 취업자수에 지속적인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해의 경우 인구수 요인으로 취업자가 10만6000명 늘어나고 인구구성 요인으로 8만6000명 감소해 인구구조 변화가 취업자를 2만명 늘리는 효과를 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9월 20~24세 취업자수는 1년 전보다 8500명 줄었지만 고용률은 같은 기간 45.1%에서 46.5%로 1.4%포인트 올랐다. 

KDI는 다만 “내년 취업자수 증가폭이 올해보다 크게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는 기저효과와 인구요인에 주로 기인한 것인 만큼 고용여건의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고용여건 변화에 의한 취업자 증감을 주로 반영하는 고용률 변화의 기여도는 코로나19 위기 이전(2017∼2019년) 평균인 7만2000명을 소폭 웃도는 10만2000명으로 전망돼 고용여건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노동투입 감소는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노동공급을 확대하려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여성과 젊은 고령층, 외국인 등 현재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않은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시 말해 일과 육아의 병행을 뒷받침하는 문화를 조성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가운데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여를 독려하고 외국인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위원(전 서울신문 선임기자·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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