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미국 기준금리가 마침내 상승행진을 멈추고 이르면 내년 봄쯤부터 방향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 시점은 내년 3월이다. 그 같은 기대는 1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마지막 정례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의 공개 발언을 토대로 형성됐다.

연준은 이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틀째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5.25~5.50%)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성명은 서두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이 3분기에 비해 둔화되었고, ▲일자리는 둔화된 가운데서도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누그러지긴 했으나 아직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 비율로 내려가게 하기 위해 연방 기금금리를 현행 수준대로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고 성명은 덧붙였다. 성명은 또 “목표 달성을 방해할 위험이 발생할 경우 적절히 통화정책 입장을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연한 표현 같지만 필요시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시장에 상기시키기 위해 부연한 것으로 이해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연준 성명만 놓고 보면 향후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낙관적 판단은 무리일 수 있다. 성명 내용 중 “위원회는 추가 정보와 그것이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평가할 것”이란 부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이 내용이 사실상 추가 긴축 중단을 시사한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기존의 원론적 표현을 반복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FOMC 회의가 끝나자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않는 가운데 이르면 내년 1분기부터 인하 단계에 돌입할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런 전망이나 기대의 근거는 이날 연준이 공개한 새 점도표(그래픽)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내용이었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직접 보여주는 12월 점도표에는 내년 말 연준의 기준금리 중간값이 4.6%(4.50~4.75%)로 나타나 있었다. 올해 9월 점도표상의 내년 말 기준금리 중간값은 5.1%(5.00~5.25% )였다. 이는 불과 3개월 사이에 연준 위원들의 내년 말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치가 0.50%포인트 낮아졌음을 말해준다.

현행 미 기준금리가 5.25~5.50%임을 고려하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 말까지 기본 베이스로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파월 의장의 이날 기자회견 발언도 꽤나 완화적이었다. 구체적 예로 그는 “인플레이션이 고점에서 누그러졌다”면서 “기준금리가 최고점에 도달해 있거나 그 언저리에 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음을 실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또 점도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금리의 추가 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FOMC 참석자들의 관점”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생각을 배제한 채 연준 내부 분위기를 전하는 형식이었지만 기준금리가 더 이상은 오르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 할 만한 발언이었다.

연준 성명과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공개된 이후 시장의 미 기준금리 조기 인하에 대한 전망은 더욱 강화됐다. 분위기 변화는 CME페드워치 툴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14일 오전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내년 3월에 연준 기준금리가 5.00~5.25%로 결정될 확률은 69.4%였다. 지금의 5.25~5.50%를 유지할 확률은 13.5%, 4.75~5.00%로 두 단계 내려갈 확률은 17.2%였다. 도합 86.6%가 내년 3월이면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25%포인트 또는 0.5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한·미 간 금리 격차는 2.00%포인트 역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행으로서는 일단 기준금리를 떼밀리듯 인상해야 하는 요인 하나를 덜어낸 셈이다. 오히려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경기 상황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내리려 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와 고물가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다만, 내년 봄 무렵 국내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되는 단계에 들어가고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면 한은도 뒤이어 금리 인하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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