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재임 시절 관광차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소련(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러시아연방이 새롭게 출범한 지 2년 남짓한 때의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철의 장막’이니 ‘죽(竹)의 장막’이니 하는 유행어로 상징됐던 공산권 국가들의 폐쇄성이 강하게 남아 있던 시기였다. 더구나 ‘크렘린’이란 말은 일반명사화돼 ‘속을 알 수 없는 사람 또는 장소’를 비유하는 단어로 쓰이곤 했다. ‘크렘린 같은’이란 말은 극단적 폐쇄성을 강조하는 대표적 수사였다.그런 시절이었던 만큼 ‘붉은 광장’에 처음 도착했을 때만
가계·기업 등 민간부채가 처음으로 4500조원을 돌파하며 우리나라 경제규모를 2.2배나 웃도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특히 금리인상이 본격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물가급등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돈을 빌린 사람)들이 ‘부실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약 차주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차주를 말한다.한국은행이 지난 24일 내놓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말 가계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지난주 전세자금 대출규제를 푼데 이어, 마이너스통장 한도와 직장인 신용대출도 지난해 규제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예정인 만큼 당국의 ‘구두지도’에 따라 도입된 각종 대출규제 가운데 사실상 ‘연봉 이내 신용대출’ 정도만 남는 셈이다.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은 신용대출상품 통장대출(마이너스통장) 한도를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본격 강화되기 이전 수준으로 복원한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4일부터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8000만∼3억원까지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1월 모
정부가 올해분 1주택자 보유세에 대한 감경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핵심은 과세표준(과표)의 주요 변수인 공시가격을 올해 것이 아니라 지난해 산정치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공시가격의 전국 평균 상승률이 2년 연속 20% 가까이씩 오르자 부랴부랴 대증(對症)처방에 나선 격이다.정부는 이 조치가 효력을 발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최종 결정권을 국회로 떠넘겼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면서 들끓는 분노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행태라 할 수 있다. 책임 전가 의도는 정부 스스로 시행령 개
우리나라 경제의 간판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1980~1995년생)가 20년 전 같은 연령대에 비해 4.3배 규모의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집값 급등에서 비롯된 ‘영끌’, ‘빚투’, ‘패닉바잉’ 현상으로 늘어난 이들의 빚이 우리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한국은행이 지난 15일 내놓은 ‘BOK 이슈노트-MZ세대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MZ세대는 앞으로 상당 기간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소득과 자산, 부채, 소비 등에서 이전 세대보다 취약한 모습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업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진 중고차 시장 개방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규제완화를 계기로 소규모 업체들이 장악한 중고차 시장에 무한경쟁을 통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열린 ‘중고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서울의 일부 주거 지역에 적용돼온 토지거래허가제의 연장 여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핵심은 서울시가 해당 지역을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재지정할지 여부다. 서울시는 우선 다음달 26일 지정 기간이 만료되는 압구정동과 여의도동·목동·성수동 지역에 대한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따라 효력이 만료되기 전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현재 서울에서는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과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일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잠실동 등에 대한 토지거래허가제 적용은 2
수입맥주 시장이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수입맥주 부동의 1위였던 일본 맥주가 코로나19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편의점 등에서 자취를 감추자 그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글로벌 맥주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14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맥주의 수입량은 2020년보다 7.2% 감소한 25만7932t, 수입액 역시 전년보다 1.7% 떨어진 2억2310만 달러(약 2760억원)로 각각 집계됐다. 수입량과 수입액이 3년 연속 내림세를 탔다. 코로나19와 일본제품 불매운동, ‘4캔에 1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5일로 발효 10주년을 맞았다. 한·미 FTA가 지난 10년 동안 폐지 위협까지 받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됐다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FTA를 통해 관세절감 효과와 제품 다양화를 통한 두 나라 경제의 효율성·생산성 제고에 이바지함으로써 한·미 경제관계가 업그레이드됐다는 것이다.세계적으로 FTA가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무역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던 2003년 8월 정부는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대시장이자 세계 최고 기술·자본·경영·노하
코로나19 대유행의 정점이 눈앞에 다가온 듯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정점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조를 지나 추세적 감소로 바뀌는 시점이 언제일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은 국내 코로나19의 정점 구간이 향후 2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김부겸 총리도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앞으로 열흘 이내에 정점을 지나게 되고 주간 평균 일일 확진자 수는 최대 37만명 수준이 될
국제 식량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터져 글로벌 식량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주요 농산물에 대해 수출허가제를 도입함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은 더욱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FFPI)는 140.7로 집계됐다. 전달(135.4)보다 3.9%,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24.1% 각각 상승했다. 1996년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다. ‘아랍의 봄’ 사태로 국제 식량가격이 급등했던
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제시했다. ‘6% 이상’을 제시한 지난해보다 낮을 뿐 아니라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유혈진압 사태로 불확실성이 컸던 1991년(4.5%)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다.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주요 경제발전 목표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5% 안팎, 도시실업률 5.5% 이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3% 안팎”이라고 밝혔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전인대가 예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