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시크릿가든>과 <대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각 몸이 바뀐 남녀의 이야기와 최초 여성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그 접점을 찾기란 언뜻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주인공이 모두 특정 대상을 향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는 확실한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드라마 속에서 현빈은 폐소공포증, 고현정은 고소공포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공포증(phobia)이란 어떤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강렬하고 비합리적인 두려움을 갖는 것을 말한다. 고소공포증은 높은 곳에서, 폐소공포증은 닫힌 공간에서의 공포를 뜻한다. 그러나 이 공포의 원인들이 실제로 큰 해를 입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제 위험’을 느끼고 두려움에 떠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또한 공포를 느끼는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공포가 근거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해 큰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


<시크릿가든> 속, 김주원(현빈)은 이미 여러 번 폐소공포증을 보인 바 있다. 김주원(현빈)이 엘리베이터에 탄 길라임(하지원)을 쫓아가서 잡으려다 차마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고 계단으로 내려가다가 결국 길라임을 놓치게 된다. 또 길라임을 억지로 탈의실로 데리고 들어가는 장면에서도 상황이 끝난 직후 몹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를 몰고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장면에서는 식은땀을 흘리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만 이런 특정 상황에서 벗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의 ‘싸가지 없는’ 모습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는 공포증을 일으키는 요인만 제거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물>의 고현정 역시 고소공포증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다. 극 초반 서혜림(고현정)은 헬기 방송 도중 실신하는 바람에 메인 프로에서 밀려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캐릭터의 허점을 보여주는 소재로 공포증 에피소드를 끌어온 것이다. 고현정은 대통령으로 당선 된 직후에도 왕비서관에게 “대통령이 비행기를 많이 타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서혜림 역시 김주원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러한 공포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특정 환경적 스트레스에 노출되거나, 큰 사건이나 사고를 당해 그에 관한 정신적 외상, 즉 트라우마가 형성되어 이것이 공포증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폐소공포증 환자중에는 어릴 적 오빠가 이불을 뒤집어씌우는 장난을 친 이후에 증상이 발발했다는 경우가 있다. 또한 고소공포증 환자 중에는 비행기 태우는 놀이를 하다가 바닥으로 추락한 이후 공포증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정신적 외상이 없이도 특정 물건이나 상황에 공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아 정신적 외상과의 관련성이 100% 맞아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치료방법으로는 최면 치료나 정신상담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가상현실을 이용한 치료법까지 등장했다. 이로 인해 상당부분 공포증상이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렇다면 공포증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방관이 된 철학교수>의 저자 프랭크 맥클러스키는 고소공포증과 폐소공포증을 모두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이 두 공포증을 이겨냈는지 책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지붕을 고치는 일을 하게 됐을 때, 그의 동료는 그의 사정을 봐주는 대신 오히려 그를 지목하였다. “내 마음은 망치질을 할 만큼 편치 못했다. 나는 계속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땀이 겨드랑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으며 가슴은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다. 마침내 내가 그 일을 해냈다는 것을 스스로도 믿을 수가 없었다.”

는 공포증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두려움을 향해 똑바로 걸어갔기 때문”이며 “더 이상 그것이 자신을 맘대로 하도록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신적인 공포를 이겨내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도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경민기자/사진:SBS

<기사더보기>

각 질환별 피해야 할 운동법은?

소화불량은 꼭 '위'가 안 좋은 탓일까?

춥지도 않은데 떨리는 손, 혹시 나도…!

고기, 굽는 대신 삶아 먹어야 하는 이유?

'광(光)노화'…자연노화보다 무섭다!

향신료, '향'만 좋다? '몸'에도 좋다!

간혹 필름이 끊기는데 별 일 아니지요?

'코' 세게 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 쪽 얼굴에만 트러블이? '휴대폰' 때문에?!

연말 술자리,정말 주량껏 마셔도 되는 것일까?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