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적 사례로 꼽혀왔던 유한양행의 윤리적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생겨났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유지에 따라 경영권 세습 없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제1의 가치로 삼아왔던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역사적 변화는 15일 열린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주총에 지배구조 변경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상정됐고, 해당 안건은 논란 속에 가결됐다.유한양행의 독특한 지배구조는 당사의 사사(社史)를 넘어 대한민국 기업사(史)에 길이 남을 윤리적 기업의 표본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기존대로 ‘안정적(Stable)’이라 평가했다. 지금의 신용등급 상태를 당분간 더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 결과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기획재정부를 통해 확인됐다.저성장 기조 등에 대한 우려가 자주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피치의 이번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라 할만하다. 피치는 한국 경제가 올해 2.1% 성장할 것이란 지난해 10월의 전망도 그대로 유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힘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인 인텔이 또 다른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반도체 공정 미세화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파운드리(주문형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대만 TSMC와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1.8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양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그 같은 방침을 천명했다.인텔의 선언은 안 그래도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 선두 주자인 TSMC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오던 삼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두고 정부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자료 발표 당일 기획재정부 김병환 차관이 보인 반응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주었다.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자리TF 회의’에서 1월 고용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양호한 모습”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올해 고용시장도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등의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낙관론의 근거는 상용직 취업자 비중이 58.4%로 늘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36시간 이상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 등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본 시리즈’ 최신판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름하여 ‘출생기본소득’이다. 이행 방식으로 ‘분할목돈지원’이란 생소한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31일 뒤늦게 진행된 신년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시작된 이 대표 특유의 ‘기본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것은 이전의 어느 것보다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문 내용을 토대로 제시안의 대강을 유추해보자면, 태어난 아이를 대상으로 최소한 대학졸업 때까지는 국가가 기본 양육비와 교육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시에 개정되지 않는 바람에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5∼49인)에까지 법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판이다. 해당 소상공인들로서는 날벼락을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그들 소상공인은 그간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도 설마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그런 기대는 정부와 정치권이 80만 소상공인들을 존폐의 기로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란 상식적 판단에서 비롯됐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영세 사업장에 800만 근로자가 생계를 의탁하고 있다는 점도 그런 상식을 뒷받침해주었다.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출생 해소책을 나란히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 소멸론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양대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거의 비방전만을 일삼아온 두 정당이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만시지탄의 감이 있긴 하지만 내용도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양당 모두 제각각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을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해당 사안을 무겁게 다루겠
논란 많은 비트코인이 세계 자본시장의 안방 격인 미국 뉴욕증시에 진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데 따른 것이다. 승인을 얻은데 성공한 관련 ETF는 11개에 이른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ETF들의 지분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이 일은 세계 자본시장 질서에 일대 변혁을 가져다줄 사건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가 뉴욕증시에서의 비트코인 직거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새해맞이를 하고 나서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연말에 새해 정책방향이 미리 제시됐던 전례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사령탑 교체로 다소 어수선하게 연말연시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새해를 코앞에 두고 임명된 새 경제사령탑의 의지를 반영하느라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제시됐다는 점에서 예년 것보다 큰 관심을 모았다. 기본적인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대법원이 최근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주 단위 계산이 맞다며 사용자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자 노동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이 법정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도 함께 펼치고 있다.경영계는 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정부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있었던 대법원 판결 내용을 뒤늦게 보
내년도 예산안이 마침내 국회의 최종 문턱을 넘어섰다. 2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의 규모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것보다 3000억원 감액된 656조6000억원(총지출 기준)이다. 본예산 기준으로 계산한 전년 대비 증가율은 2.8%다.예산 증가율이 이 정도에 그쳤다는 것은 사실상 마이너스 예산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3%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얘기다.이 같은 짠물 예산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서 비롯됐다. 이전 정부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나라
우리나라가 여성 노동력만 제대로 활용해도 1인당 소득과 잠재성장률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이 선진국 그룹 중 유별나게 성별 격차가 심한 국가라는 지적과 함께 제기된 충고성 제언이었다. 새로울 게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적극 수용하고 실천해야 할 현실적 방안이라 할 만하다.한국은 선진국이면서도 비교적 성차별이 심한 나라로 남아 있다. 문화적 특성 탓이겠지만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미미한 편이다. 이를 거꾸로 표현하자면, 그만큼 활용되지 않은 채 사장된
윤석열 정부의 2기 경제팀이 곧 돛을 올린다. 그간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해온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사진)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최 부총리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이전부터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간사로 활동하며 윤석열표 경제정책의 틀을 짜는데 기여했다.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는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서 윤 대통령 정부의 경제철학이 확립·보완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해왔다.그런 최 후보자이고 보면 2기 경제팀은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을 계승·발전시키는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전
정부가 물가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듯 보인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물가관리 부처를 중심으로 ‘배추국장’, ‘무과장’이란 비아냥 투의 말이 유행했던 것을 무색하게 할 만큼 요즘 정부의 물가관리 노력은 처절한 것으로 비쳐진다. 중앙정부 관계자들은 요즘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 하나하나를 챙기며 기업에 가격 인하를 호소하는 모습을 자주 드러내 보이고 있다.물가관리에 초비상이 걸린 곳 중 하나가 농림축산식품부다. 공급망 사태와 기후변화 등으로 먹거리인 농축산물 가격이 널뛰기를 예사로이 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달 30일엔 농식품부
여당의 깜짝 발표로 촉발된 ‘메가서울’ 공방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이 ‘메가서울’ 구상을 디밀며 ‘장군’을 외치니 야당이자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호선 김포 연장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카드로 ‘멍군’을 부르고 나선 것이다.그야말로 도긴개긴이다. 내부 검토를 해왔다지만 ‘메가서울’ 구상을 총선 목전에 발표한 여당이나, 경천동지할 제안임에도 불구하고 찬반 의견조차 자신있게 내놓지 못하다가 느닷없이 예타 면제 카드를 들이민 제1야당이나 무책임하긴 마찬가지다. 무책임의 정도로 치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난형난제다
요즘 물가관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단어 중 하나가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정부 당국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물가를 억누르자 풍선효과처럼 곳곳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물가관리 당국은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자 ‘배추 국장’ ‘무 과장’ 등의 옛말을 상기시킬 정도로 물가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와중에 꼼수로 물가를 올리는 듯한 행태가 빈발하자 그 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 같다.슈링크플레이션은 ‘shrink(줄어들다)’와 'inflatio
이른 바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기를 결정한 순간부터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노란봉투법은 장기간 우리 사회에서 숱한 우려와 논란을 낳아왔다. 특히 경영계 관계자들에게는 개정 법률안에 담긴 내용들이 꽤나 부담스럽고 공포스럽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인다. 개정 법안에 담긴 내용들이 지나치게 노동조합 친화적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경영계는 새로운 법안이 확정되면 연중 노사 분규에 말려드는 것은 물론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그 서막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총지출 656조9000억원)이 건전재정의 기조 하에 편성됐다고 설명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가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과 국가신인도 유지를 위해서도 건전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대통령의 협조 요청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현 정국 상황으로 보아 올해 예산국회는 오히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잠겨드는 듯 보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는 잃어버린 30년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최근 공개된 각종 성장률 관련 자료들을 통해 보다 구체화·심화됐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의 유별나게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로 나란히 1.4%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각각 2.4%, 2.2%를 제시했지만 갈수록 실현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또 한 번 부동산 ‘영끌’ 매입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국지적으로나마 들썩이는 시점에서 나온 한은 총재의 경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온다.이 총재는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 “빚을 내서 집 사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빚을 내 집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 뒤 “금융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